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음모론, 믿거나 말거나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음모론, 믿거나 말거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1.1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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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다니까 하는 이야기인데 지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세상이 조금 이상하게 돌아간다 느꼈던 게 설마 나 혼자만은 아니겠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은 지금도 유효한데, 다시 말해 집단면역에 실패했는데 그 살벌했던 분위기는 다 어디 갔나? 다만 요양병원은 아직도 살벌하던데 면회할 때마다 방문객은 자가진단 키트로 검사를 한 뒤 환자를 만날 수 있더라. 그래서 물었다. 그럼 병원 직원들이나 요양보호사들도 매일 출근할 때마다 8천원이나 하는 진단키트로 검사한 뒤 근무하냐고. 아니란다. 그런데도 그 흔했던 요양병원 집단감염은 이제 뉴스에서 왜 볼 수가 없는 걸까? 아니, 그보다 질병의 유행(팬데믹)이란 게 WHO(세계보건기구)에서 끝이라고 하면 끝나는 건가? 바이러스란 게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몰래 다시 확 번지면 어쩌려고.

개인적으로는 초기 ‘우한 폐렴’에서 ‘코로나19’로 명칭이 바뀐 것부터 조금 이상했다. 왜냐면 코로나바이러스란 건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이거든. 원래 200여개 이상의 서로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들이 일으키는 게 감기인데 그중 30~50%가 리노바이러스(Rhinovirus)이고, 10~15%가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라고 한다. 네이버에 ‘감기’라고 검색해보시길.

정리하자면 진짜로 ‘코로나19’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친구처럼 알고 지냈던 감기의 일종이고, 다만 2019년에 발생해 19가 따로 붙은 거라면 그 난리법석은 좀 심했지 않나 싶다. 자유권처럼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국가가 제한할 땐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는데 그걸 ‘과잉 금지의 원칙’이라고 한다. 기본권 제한의 목적이 정당하고, 방법은 적절해야 하며, 제한에 따른 국민 피해는 최소한에 그치고, 보호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 사이엔 균형이 유지되거나 공익이 더 커야 한다는 것. 헌데 내 생각에 지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전 세계적인 대처방식은 목적의 정당성을 제외한 나머지 3개의 요건들에는 쉽게 부합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이래 봬도 법대 나왔어요. 훗.

그러거나 말거나 지난 코로나19 사태를 이렇듯 나만의 삐딱한 시각으로 지켜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음모론’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더라. 특히 ‘전 세계적’이라는 점에서 ‘일루미나티’나 ‘프리메이슨’, 혹은 ‘딥스테이트’라 불리며 세상을 뒤에서 조종하는 세력이 진짜로 있나 싶어 그동안은 SF소설을 읽듯 재미삼아 찾아봤던 음모론을 꽤 진지한 시선으로 들여다보게 됐다. 해서 지금부터는 상식을 뒤엎는 황당한 이야기가 펼쳐질 테니 각오하시길. 물론 믿거나 말거나지만 대신 재미만큼은 확실히 보장합니다. 한 마디로 어이가 없을 거예요. 후후.

먼저 개념부터 살피자면 ‘일루미나티’는 중세 시대 실제로 존재했던 조직이다. 하지만 세력이 커지면서 로마 교황청에 의해 해체됐는데 그 이후의 행적은 아무도 모른다. 중세 석공들의 모임인 ‘프리메이슨’은 일루미나티가 세력 확장을 위해 침투했던 조직이고, ‘딥스테이트’는 현시점에 세상을 뒤에서 조종하는 세력을 일컷는다. 구체적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한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이라 보면 된다.

음모론자들에 따르면 이들이 추구하는 목적은 바로 세계단일정부 수립. 그러니까 단일정부 하에서 국민들의 기분이나 감정, 혹은 생각까지 통제하고 싶어 한다.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진짜 그게 목적이라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출산 외의 목적으로는 섹스가 통제된 사회에서 지배층인 빅브라더들의 감시를 피해 주인공 윈스턴과 줄리아는 뜨겁게 사랑을 나누며 행복을 만끽한다. 사실 그렇다. 조 단위의 재산을 가진 채 10년 넘게 살고 있는 사람과 가진 건 별로 없지만 지금 막 사랑에 빠진 커플 중에 누가 더 행복할까? 전자의 입장에서 후자를 보고 있자면 열 받지 않겠는가. ‘가진 것도 없는 것들이 감히 나보다 행복해?’라며.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재벌 노인(오영수)도 말했다. “돈이 억수로 많은 사람과 돈이 하나도 없는 사람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사는 게 재미가 없다는 거야.” 결국 행복이란 것도 그저 기분이나 감정에 지나지 않기에 그것까지 통제하려 드는 게 아닐까.

헌데 이런 가진 자들의 음모보다 더 위험한 음모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음모론이란 건 다소 중구난방(衆口難防)스럽다. 바로 자연재해인데 최근 들어 지진과 화산폭발이 심상치 않은 것에 대해 음모론자들은 ‘극 이동(Pole Shift)’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보통 20~70만년 주기로 남극과 북극의 위치가 움직이는데 지금이 거의 70만년에 육박했다는 것. 해서 오로라 현상은 자꾸 남하하고, 세계적인 부자들은 지하 벙커 주택을 구입하고 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지난해 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도 결국 ‘지하 벙커로 숨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세상을 뒤로 하고 떠나라’는 뜻의 제목부터 수상한 이 영화를 두고 현재 음모론자들 사이에선 아주 난리다. 다만 자연재해가 아닌 ‘사이버 테러’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카르마(인과응보,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피하기 위해 영화를 통해 그들(딥스테이트)이 사건 사고를 미리 예고한다고 믿는 음모론자들은 이미 언론이나 세계경제포럼에서도 경고했듯 이 영화를 근거로 올해는 사이버 테러가 일어날 거라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영화 속에선 그들에 대한 언급도 있고, 구체적인 시기(일식)까지 시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대통령을 지낸 오바마 부부가 이 영화를 제작했다는 것. 올해 첫 일출이 구름에 가려졌다던데 걱정이다. 현금을 찾아놔야 하나.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요? 넹.

2023년 12월 8일 넷플릭스 공개. 141분.

이상길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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