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짐 / 이고운
뒷짐 / 이고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1.1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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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라도 했을까

나이 들면 이렇게 걷자고

손 무게라도 뒤로하면

구부정해진 삶

조금이라도 펴질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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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나가면 나이 드신 분들이 뒷짐을 지고 걸으시는 걸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시골에 가면 나이 드신 할머니 중 허리가 굽어지신 분들이 뒷짐을 진 채 걸어가시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젊었을 때 굳은 농사일로 인해 허리를 잘 펴지 못한 채 일하신 장시간 노동의 흔적이라 할까요?

이고운 작가는 도로를 횡단하는 나이 드신 두 분의 모습을 보고 시상을 포착합니다.

‘나이 들면 이렇게 걷자고 / 손 무게라도 뒤로하면 / 구부정해진 삶 / 조금이라도 펴질까’라고 자조 섞인 투정을 합니다.

예전에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외국인들은 나이 들어도 허리가 굽은 사람이 없는데 왜 우리나라 노인들은 허리가 굽는 걸까?

지금 생각해 보면 낙후된 농경사회와 장시간 일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탓이겠죠.

요즘은 뒷짐 지고 걷기가 건강에 좋다고 방송에서 안내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나이 들어서 하는 자연스러운 몸의 반응이지만 이것이 어쩌면 몸이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가려는 방어기제일 겁니다.

요즘 노인 세대의 빈곤을 어떻게 사회적 차원에서 구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와 개선 방안을 정부와 NGO 등에서 심사숙고하고 있습니다.

물론 큰 틀에서는 사회적인 배려와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어쩌면 가족 구성원 해체의 원인이 더 큰 해답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출산,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한 가족이라는 개념이 없어짐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는 이미 서구 선진국을 추월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매년 새로운 저출산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잘 통하지 않습니다.

노인과 젊은이들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미래를 설계하고, 잘 준비해서 구부정해진 삶이 조금이라도 펴지는 살기 좋은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박동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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