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체험이 녹아나는 울산여행이 되길
-300- 체험이 녹아나는 울산여행이 되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1.10 2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는 골목길을 자주 걷는다. 대로변에서는 큰 건물들에 가려 보이지 않던 새로운 풍경이 보인다. 그곳에 새로운 가게라도 들어서면 나만 아는 체 기분이 좋다. 골목이 익숙해지면 단골 마냥 작은 카페나 식당에 들러 책을 몇 장 읽어 내려간다. 주변 지인과 아이들을 데려가는 것은 덤이다. 추억의 장소는 그렇듯 도시 곳곳에 물들여 나간다.

얼마 전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들과 함께 일본 신주쿠 여행을 다녀왔다. 출장이 아닌 여행은 오랜만이라 투지가 넘쳤다. “추천받은 여행지와 찾아놓은 명소를 다 가보겠다.”라고 큰소리를 치고 계획도 체계적으로 짰다. 오판이었다. 온종일 대중교통을 이용한 탓에 아이들이 피로를 호소했다. 끼니때도 놓쳐 익숙하지 않은 간판 사이에서 가족 모두가 선호하는 음식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누군가 인생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했던가. 맞는 말이다.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나서 숙소 소파에 걸터앉아 새로운 계획을 구상했다. 아이들에게 뭔가 체험시켜 주고 싶은 소망이 간절했다. 그래서 찾은 것이 팀랩 플래닛이다. 오다이바 지역에 있는 체험형 미술관이 눈에 들어왔다. 전에 어느 잡지에서 본 팀랩은 인상이 강렬했다. 미술관을 찾는 여정은 신선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생각보다 한산한 거리와 멋스러운 골목을 마주했다.

오다이바 플랫폼에서 유리카모메 맨 앞에 아이들을 태울 생각에 설Ž 아뿔싸, 나만 그 생각을 한 게 아니었다. 전면부가 유리 통창으로 된 기차는 온통 운치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불편은 잠시였고, 인공섬인 오다이바에서 고가 철도 위 풍경은 장관이었다. 후지TV 스튜디오와 레인보우 브릿지, 높이 솟아오른 거대한 건담 구조물과 도쿄 빅 사이트 등 관광 명소들이 감동과 함께 지나갔다.

팀랩 플래닛에 무사히 도착하여 관람을 시작했다. 깔끔한 어둠 속, 그룹 단위로 들어가는 관람객들은 흡사 오징어게임을 방불케 하는 안내방송을 주시했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지마저 무릎 위로 걷어 올리라는 이색적인 안내 멘트에 묘한 긴장감과 설렘마저 들었다.

빛과 소리가 잘 조화를 이뤘기에, 오감을 곤두세우며 아이들은 손을 꼭 부여잡고 관람객들과 뒤엉켜 내부를 탐험했다. 물살을 헤쳐 나가고 스펀지 늪을 빠져나가며, 빛이 내려오는 거울 미로 앞에 탄성을 내질렀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이미 체험과 전시의 경계가 허물어져 있었다.

‘자연과 도시, 그리고 사람을 함께 볼 수 있는 울산을 여행하세요.’라는 설명과 함께 울산 12경이 소개된다. 한국관광 자료에 따르면, 전년 동기 관광객은 5.6% 증가했다. 70세 이상 남성이 14.7%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0~9세 남성이 7.1%로 가장 많이 감소했다. 가족 중심의 방문이 줄어들고 있는 거다. 실제로 음식(55.9%)과 문화관광(12.3%) 목적이 가장 컸으며, 체험관광은 0.3%에 불과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체험시켜 주고 싶은 곳이 없는 것이다.

새로운 관광지와 여행 테마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전국에 비슷한 콘텐츠는 갈수록 늘어난다. 방법은 없을까? 체험이 주는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울산 12경 관광 콘텐츠 개발에 산업 간 융합이 필요한 이유다.

팀랩 플래닛은 미술가와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수학자, 건축가 등이 협업해 장르를 초월한 예술적 경험을 창조한다. 울산도 체험 관광 비중을 높여, 볼거리뿐만 아니라 놀거리도 제공하면 어떨까. 미술을 체험하며 맑은 웃음소리를 내는 아이들을 본 부모로서 강단 있는 투자를 기대한다.

한아람 ㈜에이비에이치 대표이사, 울산청년CEO협회 회장, 공학박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