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의 의미
평가의 의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1.10 2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그 영화를 보았다.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영화였기에 스포일러를 보고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결말도 잊은 채 몰입하게 되었다. 두 주인공 사이에서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니 고구마를 10개나 먹은 것처럼 답답했다.

관객의 관점에서는 결말도 알고 전체 흐름도 알고 있으니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배역을 맡은 상황 속의 인물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최선인지,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저러면 안 되는데’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었다. 수천 명의 군인을 통솔하는 것처럼 많은 권한이 주어지는 역할을 맡을 사람을 선발하는 과정은 전문적이고 엄격하게 진행되었을 것 같았다. 그런데 평가를 통하여 자격을 인정받은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해야만 했을까? 도대체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 시험을 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요즘은 거의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시험을 치면 등수를 물어보는 학부모님들이 간혹 있었다. 아이가 몇 등을 했는지 알려달라는 것이다. 그럴 때면 절대평가가 무엇인지 설명한 다음 아이들을 줄 세우려고 시험 치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리면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래도 궁금한데 혹시 알 수 없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그때는 석차 자체를 산출하지 않아서 알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전화를 마무리했던 기억이 난다.

시험을 친다는 것, 평가를 한다는 것은 학생들의 순위를 매기려고 하는 것일까? 시험으로 대변되는 평가의 목적은 무엇일까?

현재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평가와 관련하여 ‘교육과정의 성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수업의 방향을 설정하고, 교과 내용을 재구성하는 기준이며 평가의 준거가 될 수 있다.

다른 말로 ‘교과를 통하여 학생들이 배워야 할 지식과 기능, 수업 후 학생들이 할 수 있어야 할, 또는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결과 중심의 도달점, 교과의 내용을 적용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수행 능력’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수업의 결과로 무슨 내용을 알고 실천할 수 있는지를 문장으로 표현한 것이다.

교육과정의 성취 기준은 학생들의 학업성취 정도, 즉 시험의 출제를 위한 기준이 된다. 하지만 교과 내용에 대한 이해 정도만으로는 성취 기준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 성취 기준은 지식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나 태도의 능력과 특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생각에 평가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험으로 대변되는 지필(紙筆)평가와 더불어 학생들의 다양한 기능과 태도를 측정할 수 있는 평가도 진행하여야 한다. 울산시교육청의 ‘2023학년도 중학교 학업성적 관리 시행 지침’에 따르면 중학교 교과는 전체 평가 영역의 40% 이상을 수행평가로 채워야 하고, 최소 2개 이상의 수행평가를 시행해야 한다. 학생들의 지식과 기능, 태도를 평가하기 위한 방향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교과와 관련되는 내용으로 다양한 영역의 평가를 한다고 해서 이것이 기능이나 태도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교과 수업을 통하여 관찰되는 학생들의 특기 사항에 대한 기록은 그 활용도가 매우 낮다. 게다가 다양한 평가를 통하여 측정된 아이들의 역량도 점수로 표현될 수밖에 없다.

결론 삼아 말하면, 평가의 결과와 성취 기준을 연결하는 것은 좀 더 공부하고 연구하여야 할 숙제인 것 같다.

정창규 매곡중학교 교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