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맞이, 답습과 창조
해맞이, 답습과 창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1.0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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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새해 초하루에 바닷가나 높은 산에 올라가 해를 맞이하는 상징적 관습의 중심에는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잘되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있을 것이다.

갑진년(甲辰年, 2024년) 해맞이에 거는 기대가 다른 새해와 다르지 않았던 것도 그렇다. 울산 간절곶의 해 뜨는 시각은 지난해처럼 독도의 일출 시각(오전 7시 26분)에 이어 한반도에서 두 번째로 빠른 오전 7시 31분경이었다. 다만 해맞이는 구름이 방해하지 않아야 가능하다. 자연을 상대하는 일은 기상의 영향을 피할 수 없는 탓이다.

필자는 새해 첫날이라고 해맞이 현장을 찾는 일은 없다. 자연과학 전공자라는 이유도 있지만, 70 인생을 살면서 경험과 체험의 수확을 이미 거두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해맞이의 답습과 창조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는 답습과 창조를 말할 때 흔히 장인(匠人)과 기업가(企業家)를 비유하기도 한다. 전통 답습의 중심에 장인정신이 있다면, 물론 절대적이진 않지만, 시대와 시의성에 맞는 창조의 중심에는 기업가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창조의 걸림돌은 고정관념과 부정적 시각이다. 이는 긍정적 시각과 실천보다 앞서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김두겸 울산시장이 신년대담에서 밝힌 ‘문화·관광 산업 육성’ 이야기는 시대적 창조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시장은 “정부 회의에 참석해 울산에 배와 부추가 유명하다고 했더니 단체장들이 ‘울산은 공해 지역인데 먹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더라”며 “여전한 ‘공해도시 오명’에 자존심도 상했고 시민들에게 미안했다. 도시 이미지를 ‘문화·관광산업 육성’으로 확 바꿔 세계적인 ‘꿀잼도시’로 만들어 보이겠다”고 밝혔다. (2024.01.02. 울산제일일보- ‘울산의 미래, 산업수도가 이끌고 문화·관광산업이 뒷받침’)

김 시장의 이야기를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울산의 배와 부추를 자랑했더니 외지인들이 ‘울산은 공해도시’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도리어 ‘울산의 배와 부추를 어떻게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더라. 그래서 ‘공해도시’라는 불명예를 답습하지 않고 문화·관광 산업 육성이라는 창조의 의지로 극복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주었다.” 그렇다. 김 시장의 답습이 아닌 창조의 정신이야말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해맞이에서 비는 소망(所望), 희망(希望), 기망(冀望), 의망(意望), 각오, 결심, 다짐은 모두 뜬구름일 뿐이다. 목표를 정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실천해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현대를 살아가면서 옛날의 낡은 풍속과 습관에 얽매여 그대로 따라만 하는 것은 새로운 창조 정신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것이 아닌가?

새해 해맞이는 뜬구름을 잡는 것이 아닌, 미래지향적인 계획의 실천을 다짐하는 그런 해맞이가 더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해맞이에만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해마다 부상(扶桑)의 효채(曉彩)를 맞이하려는 세시 민속적 답습에서 벗어나 이제는 구체적 실천으로 그 지향점을 바꿔야 한다. 묵은 것의 답습 속에서는 새로운 창조의 의미를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일은 ‘비는 것’과 ‘실천’의 두 가지 행위로 시작되며, 그 결과는 반드시 자신의 행위에서 찾아야 한다. 이렇듯 우리 문화유산에 등장하는 해맞이는 이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와 함께하는 실천의 상징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기에 해맞이는 ‘하루’가 아닌 ‘매일’, ‘답습’이 아닌 ‘창조’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창조적 해맞이를 강조하는 것은 답습은 비는 것이기에 ‘네 탓’, ‘해맞이 탓’으로 돌릴 확률이 높지만, 창조는 실천의 결과여서 모두가 ‘내 탓’이기 때문이다. 해맞이를 의식 혹은 의례로 인식하면 반드시 실천이 따라야 하며, 그 결과도 챙겨야 한다. 해맞이가 이제는 답습을 뛰어넘어 창조로 진화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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