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기증, 박물관이 지닌 역사·문화적 가치 풍부한 역할”
“자료 기증, 박물관이 지닌 역사·문화적 가치 풍부한 역할”
  • 김하늘
  • 승인 2024.01.0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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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박물관 조규성 관장
기증자와 소통하며 지역사회 연결고리 강화·사회적 역할 확장
“지역성 관계 없더라도 역사적 가치 인정된다면 기증 가능해”
“역사·산업·생활사 자료 등 다채로운 성격가진 유물 많아”
17세기 박계숙과 아들 박취문이 함경도 회령에서 각각 1년간 군관으로 근무하면서 쓴 일기를 한 권으로 묶은 책으로, 평범한 일상부터 변방 지역 군사 업무 실상, 군관들의 생활상 등이 자세히 기록돼있다.
17세기 박계숙과 아들 박취문이 함경도 회령에서 각각 1년간 군관으로 근무하면서 쓴 일기를 한 권으로 묶은 책으로, 평범한 일상부터 변방 지역 군사 업무 실상, 군관들의 생활상 등이 자세히 기록돼있다.
조선시대 중앙과 지방 관서의 관원들과 그들의 성명, 직위, 부임 및 이임 일자 등을 정리한 책으로, 1598년(선조31)부터 1906년까지 울산의 수령과 재임 시의 인명이 기록됐다.
조선시대 중앙과 지방 관서의 관원들과 그들의 성명, 직위, 부임 및 이임 일자 등을 정리한 책으로, 1598년(선조31)부터 1906년까지 울산의 수령과 재임 시의 인명이 기록됐다.
1887년 언양 현감으로 부임한 윤병관이 1888년 언양고을 사람들로부터 받은 만인산과 윤병관의 행적을 담은 문서들로, 울산 언양현 지역사회, 민속, 생활상, 19세기 정치 및 지방행정, 국방에 관한 자료다.
1887년 언양 현감으로 부임한 윤병관이 1888년 언양고을 사람들로부터 받은 만인산과 윤병관의 행적을 담은 문서들로, 울산 언양현 지역사회, 민속, 생활상, 19세기 정치 및 지방행정, 국방에 관한 자료다.
학성이씨 현령공파 어모장군 용양위좌부장 이충립(1582-1665)의 묘에서 나온 유물이다. 발굴 당시 시신은 미라 상태였으며 350년 이상의 땅속에서 보존된 명정, 도아, 부채, 귀이개 등 17세기 양반의 복식과 장신구 등이다.
학성이씨 현령공파 어모장군 용양위좌부장 이충립(1582-1665)의 묘에서 나온 유물이다. 발굴 당시 시신은 미라 상태였으며 350년 이상의 땅속에서 보존된 명정, 도아, 부채, 귀이개 등 17세기 양반의 복식과 장신구 등이다.
임진왜란 당시 울산 의병장 류정의 일기와 시문이 담긴 책으로, 류정의 울산과 경주에서의 활동, 사찰 탐방, 산행, 그리고 전쟁 상황을 자세히 다루며 난중에 느낀 의분시가 주를 이룬다.
임진왜란 당시 울산 의병장 류정의 일기와 시문이 담긴 책으로, 류정의 울산과 경주에서의 활동, 사찰 탐방, 산행, 그리고 전쟁 상황을 자세히 다루며 난중에 느낀 의분시가 주를 이룬다.
울산을 중심으로 활동한 보부상 조직의 1899~1915년 지역별 임원 명단으로, 한말에서 일제감정기 초기 울산지역 상거래와 상인조직의 실상을 알 수 있다.
울산을 중심으로 활동한 보부상 조직의 1899~1915년 지역별 임원 명단으로, 한말에서 일제감정기 초기 울산지역 상거래와 상인조직의 실상을 알 수 있다.

 

조선 중기 이천기와 부인의 합장묘, 아들 부부의 합장묘에서 나온 유품으로 광다회대, 면포솜 소모자, 면포 홑치마 등 10점이다. 유품들은 1969년 여름 신정동 판교(현 학성고) 학교부지 조성 중 묘를 이장할 때 발견됐다.
조선 중기 이천기와 부인의 합장묘, 아들 부부의 합장묘에서 나온 유품으로 광다회대, 면포솜 소모자, 면포 홑치마 등 10점이다. 유품들은 1969년 여름 신정동 판교(현 학성고) 학교부지 조성 중 묘를 이장할 때 발견됐다.
울산박물관 조규성 관장이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울산박물관 조규성 관장이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문화재는 어렵다는 인식이 남아있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 각각의 목소리를 담은 문화재의 이면을 발견한다면 문화재는 우리에게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울산박물관은 다양한 문화유산을 풍부하게 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며, 자료 기증은 박물관의 수장고를 채우는 일뿐만 아니라 박물관이 지니는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풍부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울산박물관 조규성 관장은 그 중 ‘기증’을 통해 수집한 주요 유물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편집자주>

박물관 자료는 주로 ‘유물’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선조들이 남긴 물건을 의미한다.

‘유형’적인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는 유물의 개념이 최근에는 ‘무형’적인 음성,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까지 확장돼 사용되고 있다.

울산박물관은 구입 또는 수탁, 이관, 기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며, ‘기증’은 이 중에서도 자료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문화유산의 보존과 공유에 큰 역할을 하는 수단 중 하나다.

울산박물관은 박물관 건립이 진행되던 2006년부터 유물을 기증받고 있다.

현재까지 575명으로부터 1만3천45건, 2만479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4일 박물관 1층 회의실에서는 유물 기증자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등 기증자와의 소통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며 박물관의 사회적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기증은 자료에 대한 영구적인 보존과 관리를 약속하는 동시에, 공공의 목적으로 활용될 것임을 선언하는 것이므로 기증 과정에서의 절차와 방법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

이에 울산박물관은 기증자의 선의에 부응하기 위해 믿고 업무를 수행해 오고 있다.

울산박물관 조규성 관장은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증유물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기증유물은 개인이 소장하던 자료를 아무런 대가 없이 소유권을 박물관으로 이전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의미에서 박물관 수집 유물 중 기증유물을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이 스스로 박물관에 유물을 기증함으로써 시민들이 만든 박물관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증 절차와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유물의 기증 절차는 소장자의 기증의뢰를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며 기증의뢰를 받으면 기증하고자 하는 유물이 어떤 것인지 확인을 한다”며 “사진으로 확인하거나 직접 찾아가 확인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증유물로 가치가 인정되면 소장자로부터 인수 받아 자료를 조사한 뒤 ‘유물수집예비평가’를 거쳐 기증에 대한 유·무와 그 가치에 대해 평가한다”며 “평가가 완료되면 기증 처리가 되고 기증 증서를 발급하게 된다.

기증자에게 유물 기증에 대한 감사패를 시장님이 직접 수여한다는 것은 유물 기증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인지 알려주는 일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또 그는 기증 시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해 “박물관에서 유물을 기증받을 때는 지역의 역사성이 가장 우선되고, 지역 사람들의 삶과의 관계가 어떤가에 대한 의미도 중요하게 판단된다. 지역성과 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기증하고자 하는 유물에 대한 역사적인 가치가 인정된다면 기증이 가능하기도 하다”며 “출처나 입수 경로가 불분명한 경우는 기증에서 제외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매장문화재인 경우도 기증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기증 동향에 대해 그는 “지난해의 경우 29명으로부터 324건, 706점을 기증받았는데 이 중에서 주요 기증유물로는 1919년 언양읍지(엄형섭 기증)와 이종남 장검(경주이씨 익재공파 남목문중 기증)을 소개할 수 있다”며 “언양읍지는 1919년 3·1운동 이후에 작성된 것으로 이전의 기록 사항과는 다르게 충신(忠臣)·공신(功臣)·의사(義士) 항목이 빠져 있어 3·1운동 이후 민족운동을 차단하기 위한 일제강점기 무단통치상황을 반영하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종남 장검(경주이씨 익재공파 남목문중 기증)은 울산 남목 출생으로 일제강점기에 판사 및 변호사를 역임했던 이종남(李鍾南, 1887~19 36) 선생이 1917년 조선총독부로부터 판사로 임명되며 수여받은 장검”이라며 “이종남 선생은 1917년 판사로 임용돼 1922년까지 판사 생활을 하다가 1922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며 일제강점기의 사회운동으로 인해 체포된 조선인을 적극 변호한 인물”이라고 그의 업적과 유물의 역사적 가치를 소개했다.

아울러 그는 유물 중 독특한 사례에 대해 언급하며 “시민들이 울산박물관으로 기증한 유물은 역사 및 산업·생활사 자료 등 다채로운 성격들의 유물들이 많다”고 기증유물의 특이성을 강조했다.

또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물을 중 일부를 선정해 소개했다.

그는 “국가민속문화유산인 학성 이천기 일가묘 출토복식(학성이씨 월진문회 2011년 기증), 울산시 지방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부북일기(박인우 2010년 기증), 울산부선생안(이채동 2010년 기증), 송호유집(문화류씨 좌상공파 참판공문회 문중 2018년 기증), 학성이씨 현령공파 절송공묘 출토 유물(이채식 2011년 기증) 등이 있다”며 “울산 보부상단 문헌자료(류활열 2012년 기증), 언양현감 윤병관 만인산 및 관련 고문서(2016년 윤정열 기증), 양계조회와 북유기(2020년 윤정열 기증)은 박물관으로 기증 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사례”라고 열거했다.

특히 ‘언양현감 윤병관 만인산 및 관련 고문서’와 ‘양계조회 및 북유기’를 가장 특이한 사례로 들며 “기증자가 울산과는 연고가 없는 분이었다.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인연이 있는 곳으로 유물을 기증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울산으로 기증한 사례다. 우리 박물관 입장에서는 너무나 감사한 일”이라고 말하며 유물이 기증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설명했다.

기증유물의 전시 계획에 대해 “기증유물에 대해서는 매년 테마전시를 마련해 그 해 기증한 유물을 전시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상설전시실 개편 하면서 기증관을 마련해 기증유물을 중심으로 전시했다.

새로 마련된 기증관에는 매년 기증된 유물을 테마를 마련해 지속적으로 전시하고자 한다”며 다채로운 전시 계획을 밝혔다.

이어 “3년마다 기증자료집을 만들고, 기증자 만남의 날이라는 행사를 마련해 기증자들을 모시고 기증에 대한 감사의 행사를 3차례 진행했다. 내년에는 4번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기증자와 박물관 간 소통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증자들에 대한 감사와 많은 관심을 당부하는 메시지도 전했다.

“우리 박물관에 유물을 기증한다는 것은 울산과 박물관에 많은 애정이 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 울산박물관은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만들어진 박물관으로 기증자들의 관심 덕분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며 그에 부응하는 박물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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