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소스 풍경
페이소스 풍경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1.0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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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날린다며? 울산시민을 뭘로 보고...”

최근 지인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한 친구가 TV뉴스를 보다 분노에 차 던진 말이었다. TV에선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나와 ‘의기양양’ 상기된 모습으로 “0000 여러 분들과 동지들과 함께 길을 만들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TV에 비친 그 곳은 잔칫집 분위기였다.

그 모습을 보던 그 친구가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배알이 꼴린다는 투로 “다 날린다며?” 하고 물었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국민의힘 중앙당이 울산지역 현역 국회의원들을 싹다 물갈이 하겠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평소 국민의힘 성향이 아닌 친구가 한 말은 뜬금 없었지만 화제를 급전환 시켰다. 뭐라고 답을 해줘야 할 것같았지만 대답이 궁색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뭘 알아. 뚜겅을 열어봐야 알지.” 그랬더니 그 친구는 심증을 확정한 듯이 “울산시민을 뭘로보고...”라며 냉소를 날렸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여러 말들이 돌고 있다. 그 친구가 말한 것처럼 전부는 아니지만 ‘공천 학살’이 주된 소문이다. 여기에는 국민의힘 당표를 사직한 김기현 의원의 영향이 울산지역 공천에 반영될 거란게 호사가들의 입방아다. 김 의원은 탈락이 확실하고, 누구는 컷오프, 누구는 경선, 또 누구와 누구는 탈락 저울질 등 부정적 말들이 떠돌고 있다. 이런 말들을 주워 들었을까?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공천학살’이 현실이 된다면 “울산시민을 뭘로 보고...”라고 말한 그 친구의 말에 소름이 돋았다.

잠깐의 생각에서 취재차 참석했던 지난 1일 자정 울산대공원에서 개최된 새해 맞이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떠올랐다. 타종행사는 타종에 앞서 사전모임을 갖는데, 사전모임에는 울산지역 기관장, 국회의원, 시민대표 등이 모여 지난해의 성과를 공유하고 신년덕담을 나누기 때문에 화기애애하게 진행된다. 잠깐의 생각에서 이날 행사가 떠올랐던 건 올해는 사믓 분위기가 달랐기 때문이다. 해드테이블에는 김두겸 울산시장이 자리했고, 두 번째 테이블에 김기현 의원을 포함한 울산지역 국회의원 5명이 자리했다. 김 의원은 모처럼의 공식행사에 얼굴을 보인 자리기도 했다.

예년 같았으면 참석인사들이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며 새해 덕담을 해야 했다. 화제거리를 찾자면 올해 울산시가 달성한 사상 최대 예산 확보와 함께 미래 곳간을 채우기 위한 그린벨트 해제 권한 확대, 2차전지 첨단단지 지정, 도시철도 수소트램 확정, 분산에너지특별법통과 등 굵직한 사업들이 넘쳐났다. 김 시장은 이러한 성과를 지역 국회의원들과 원팀이돼 이뤄낸 성과라고 공식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 시장은 특히 지역 국회의원들의 역할을 치하하고 있는데 이를 “고마운건 고맙다고 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보면 타종행사 사전모임 자리는 화기애애 해야 마땅했다. 그러나 지역 국회의원 테이블에는 굳은 표정과 함께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다. 그들을 향한 국민의힘 지도부의 칼날을 의식했을까. 소문에 가장 민감한 건 당사자기 때문이다. 김 의원에 대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됐었다면 지금 김 의원 이어야 할 자리는 ‘울산이 아니라 서울 보신각에 있어야 하는데’. 그러고 다시 지역 국회의원들이 앉은 테이블을 봤다. ‘페이소스(Pathos)’가 풍경처럼 뭍어났다.

정치는 생물과 같아 끊임없이 변화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 변화는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 따르고 흐름은 민의의 반영이다. 정치인인 국회의원은 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 정치인은 시대의 흐름에 휩싸여 가지만 민의를 기반으로 투쟁해 욕망을 쟁취하고 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현역·신인 모두 정치력을 발휘해 경쟁할 일이지 이를 인위적으로 개입해 민의를 왜곡 시켜서는 안된다. 이번 국민의힘 공천을 울산시민이 지켜보고 있다.

정인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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