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교육계, 생존 위해 산학융합 속도 낸다
울산 교육계, 생존 위해 산학융합 속도 낸다
  • 이상길
  • 승인 2024.01.0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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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멸시대, 이제 교육도 ‘융합’이다
지난해 10월 4일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김두겸 울산시장, 김기환 울산시의회 의장, 오연천 울산대학교 총장,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 HD현대 등 관계기관 대표들이 참석해 ‘글로컬대학 지역산업육성 펀드 1천억원 전달식’이 진행된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울산시
지난해 10월 4일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김두겸 울산시장, 김기환 울산시의회 의장, 오연천 울산대학교 총장,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 HD현대 등 관계기관 대표들이 참석해 ‘글로컬대학 지역산업육성 펀드 1천억원 전달식’이 진행된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울산시

 

지난달 울산으로서는 다소 충격적인 언론보도가 하나 있었다. 경기도 용인특례시가 올해는 광역시인 울산의 인구를 넘어설 거라는 것. 앞서 울산은 인구 120만명을 향해 가고 있는 수원특례시에도 일찍이 추월당했다.

바야흐로 지방소멸 시대가 분명하다. 산업수도로 대한민국 최고의 산업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지만 울산의 인구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는데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교육인프라’ 부족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인구 100만이 넘는 광역시지만 종합대학은 고작 1곳밖에 없는 상황에서 산업수도인데도 IT분야 등 고급 일자리는 부족한 현실이 가세해 청년들의 탈울산을 초래했다. 때문에 지금 울산은 외부 유입은 둘째치더라도 우선은 있는 사람부터 떠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절박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그렇다고 당장 종합대학을 늘리거나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울산에선 지역 내에서 졸업 후 취업까지 책임지는 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위한 2개의 긍정 신호가 있었는데 바로 유일한 종합대학인 울산대학교의 글로컬대학 지정과 중등교육 과정에서부터 불고 있는 산학융합(産學融合) 움직임이다. 향후 글로컬대학의 운영도 결국 산학융합이 핵심인 만큼 올 한해 울산 교육계는 생존을 위한 산학융합 움직임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편집자 주>

◇글로컬 대학, 지역 학교-기업 밀착 ‘산학융합 선봉장’

산학융합에 관해선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산학융합지구’라는 개념이 이미 있다. 이는 기업수요에 따라 교육과 연구·개발을 수행할 수 있는 대학과 연구소를 집적하기 위해 해당 법률에 의거해 지정·고시한 지역을 말한다.

그러나 지방소멸시대의 생존전략으로서 산학융합은 그보다 좀 더 넓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지역 학생들이 졸업 후 지역 내 취업을 통해 정주할 수 있도록 지역 학교와 기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힘을 합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 협력보다는 좀 더 결합도가 높다고 볼 수 있는데 울산대의 글로컬대학 지정은 그런 산학융합의 선봉장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그리고 산학융합의 밑그림은 지난해 울산대가 글로컬대학 지정 과정에서 제시한 10개의 혁신기획서 추진과제에 잘 담겨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4번째 추진과제인 ‘혁신적 교원 인사 제도 도입’. 이는 지역 산업체에서 J A(Joint Appointment) 교원 200명 정도를 5년간 초빙해 울산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도록 하는 것으로 주로 신산업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될 예정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현대자동차나 SK, 또는 에쓰오일 등 현장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울산대 전임 교원이 돼 학생들을 현장에서 가르치게 한다는 것이다.

울산대 관계자는 “그렇게 해서 현장에서 신기술을 일찍 접하고 배운 학생들이 졸업해서 해당 기업에 취업을 하게 되면 취업 후 적응이 더욱 빠르게 된다”며 “결국 학생과 기업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컬 대학 목표 달성을 위한 지역 기여도는 JA 교원들의 평가에도 반영된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울산대 교수의 기업체 지원도 이뤄진다. 15명 정도의 교수가 지역 산업체에 파견돼 R&D를 지원하게 되는데 해당 교수는 R&D기여도를 학내에서도 평가받게 된다.

이 외에도 5번째 추진과제로 도심이나 주력 산업단지에 멀티캠퍼스를 설치해 온·오프라인 통합 교육 플랫폼을 구축하는 ‘시·공간 초월형 캠퍼스 UbiCam’ 조성도 산학융합의 산실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으로 UbiCam이 조성되면 기업 재직자 재교육을 비롯해 시민 평생교육, 재학생 현장실습을 위한 교육의 장이 열리게 된다. 또 3번째 추진과제로 울산대와 UNIST 간의 협력을 통해 미래 신산업 대학원이 신설되면 차세대이차전지 융합과 탄소중립기술융합, 의과학 등 3개의 신산업 분야에서 대학원 신설 및 공동 학위 과정 운영을 통해 지역 기업과 함께 연구 역량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7번째 추진과제로 글로컬 R&D센터, DX센터, 공공기기센터, 탄소중립기술융합대학원 등을 건립하고 HD현대 GRC(Global Resear ch Center)와 기술지원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기업지원 Complex 조성’도 산학융합을 측면에서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11일 오후 울산과학대 총장실에서 울산지역 교육계와 기업, 공공기관이 참석한 ‘지역 교육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가 개최된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당시 회의 모습. 사진제공=울산과학대
지난달 11일 오후 울산과학대 총장실에서 울산지역 교육계와 기업, 공공기관이 참석한 ‘지역 교육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가 개최된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당시 회의 모습. 사진제공=울산과학대

 

◇‘뿌리가 튼튼해야’… 중등교육도 불고 있는 산학융합 움직임

지난달 11일 오후 울산과학대학교 총장실에는 다소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울산과학대 조홍래 총장과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윤성종 학장, 천창수 울산시교육감, HD현대중공업 임영호 부사장, KT 이도형 고문, 윤건우 전 동구의회 의장 등이 한자리에 모인 것. 이들은 본보 임채일 대표이사의 주선으로 이날 한자리에 모여 ‘지역 교육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일정상 조금 늦게 도착한 김종훈 동구청장까지 가세해 이들이 함께 논의한 주제는 가속화되고 있는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교육기관과 기업, 공공기관이 교육과정에 대한 상호 소통과 교류를 통해 대학 입학은 물론 취업까지 지역 내에서 이뤄지도록 도모하는 방안이었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이날의 모임이 의미가 큰 건 울산대의 글로컬 대학 지정으로 본격화되고 있는 지역 산학융합의 눈높이를 중등교육으로 낮췄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이 본격적으로 발현되기 시작하는 중학교 때부터 지역 대학 및 기업체와 관계를 맺고 그들이 학생들을 끌어주면서 졸업 후 울산 내에서 취업까지 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글로컬대학을 통한 산학융합이 울산대 재학생들만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면 이는 지역을 대표하는 전문대학인 울산과학대는 물론 특성화고 등 고등학교 졸업생들까지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영역이 훨씬 넓고 뿌리가 깊다.

관련해 이날 조홍래 울산과학대 총장은 “현재 울산지역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경우 울산과학대나 울산폴리텍대가 아닌 인접한 경주나 부산 등에 위치한 일반대학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옳지 않다. 울산으로서는 큰 손실”이라며 “울산의 주력인 제조업 맞춤형 학생들을 양성해 취업과 결혼까지 울산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지역 내 대학은 물론 참여 기업들을 더욱 확대키로 하고, 향후 업무협약까지 체결키로 했다.

간담회를 주선한 본보 임채일 대표이사는 “중등 단계에서부터 관심 있는 분야에서 고등수업을 받고 있는 지역 대학 선배들이나 현업에 있는 기업체 선배들과의 교류를 통해 지도를 받게 되면 커서도 울산에서의 삶에 더욱 희망을 갖게 될 것”이라며 간담회의 취지를 역설했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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