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공무원 모시는 날’ 울산에도 있었나?
‘상급공무원 모시는 날’ 울산에도 있었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1.0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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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계도와 처벌 덕분에 많이 줄어든 줄 알았으나 공직사회 일각에서는 아직도 갑(甲)질이 사라지지 않아 을(乙)들의 원성을 사기도 한다. 그런 일이 얼마 전 부산에서 있었고, 최근에는 울산에서도 있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난달 26일 부산 금정구청 발(發) 뉴스에 따르면, A국장에 대한 갑질 관련 신고가금정구청에 접수됐다. 이 신고에는 각 부서에서 급수가 낮은 공무원들이 순번제로 매달 상급자의 점심을 챙기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청 측은 “직원들이 주 1회 정도 국장과 식사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특정 직원이나 과에 식사대접을 강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조만간 자체감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그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에 들어갈 계획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위직 공무원들이 돈을 거두어 상급공무원의 점심을 챙기는 이른바 ‘모시는 날’은 일부 공직사회에서 오래된 관행으로 내려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충북 제천시에서는 7~9급 공무원들이 월급이 2배가 넘는 과장과 국장, 소장들에게 돌아가며 식사를 대접한다’는 글이 한 온라인 대화방에 올라와 논란이 됐다.

그렇다면 울산은 그런 종류의 잡음이 없이 조용하기만 할까? 결론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이다. 얼마 전 울산지역의 한 관공서에서 거의 비슷한 내용의 민원이 하위직 공무원들의 대화방에 실제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한다.

“우리 과 현실이에요 과장 점심을 팀별로 매일 순번제로 돌리고, 과장 점심값은 주무팀에서 카드도 안 주고, 심지어 ‘장부 식당’에서 달지 말라 해서 부하 직원들이 갹출하고 있어요” “진짜 개선돼야 할 부분이에요 과장은 한 번도 점심을 안 샀슴요”

“네, 다른 과는 ‘장부 식당에 달아라’고 하거나 카드를 준대요” “저희 과만 과장 점심을 1년째 이렇게 돌리고 있어요” “말단 직원보다 2배 이상 받으면서 이러면 안 되죵” “우리 팀 직원이 5만원씩 내서 과장 모시는 날 사용해요” “근데 금방 돌아와요 O개 팀이 매일 돌아가니깐 1주일에 한 번 돌아와요” “과장은 약속도 없고”

단체대화방에서 이렇게 주고받은 하위직 공무원들의 대화는, 누군가가 장난삼아 일부러 꾸민 것이 아니라면, 실제상황이라고 믿고 싶다. 또 대화에서도 대충 짐작할 수 있듯, 이른바 ‘꼰대 기질 상급자의 갑질’이 극소수의 일일 뿐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아무리 극소수라도 이런 비뚤어진 관행이 공직사회에 아직도 똬리를 틀고 있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산 금정구청 기획감사실 관계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모시는 날’은 금정구청뿐만 아니라 공무원 전체의 관행이다. 처음엔 ‘소통’과 같은 좋은 의미에서 시작됐으나 악습이 된 만큼 철저히 조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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