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마음
글을 쓰는 마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1.0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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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눈마중달에 지인의 추천으로 울산제일일보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처음엔 독자위원으로 활동했는데 논설실로부터 한 달에 한 편씩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땐 글쓰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몰랐기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쓸 수 있었다.

처음엔 경험했던 일 중에서 잊히지 않고 기억되는 일과 가치 있다고 느껴지는 일, 중요하게 여겨지는 일을 솔직하게 써 내려갔다. 그 글을 읽은 지인이 공감이 간다면서 관심을 보일 때는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오르곤 했다.

평소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고 실천하는 편이어서, 그런 내용을 꼼꼼히 조사한 후 경험을 버무려 조금은 말랑말랑한 나만의 칼럼을 써보았다. 그 글을 읽은 지인이,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부분을 나의 글을 통해 다시 한번 실천하고자 다짐했다는 말을 들을 때는 보람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글쓰기가 부담스러워지면서 두려워졌다. 슬럼프에 빠진 것이다. 달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주관식 시험 답안지를 제출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더 솔직히 말하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시험점수가 잘못 나오면 어쩌지?’ 하고 불안해하는 학생이 된 것 같았다.

그때 “천애란의 글을 기다리는 구독자들이 있다.”라는 실장의 말씀이 마음속에 각인되었고, 가슴 깊은 곳에서 새롭고 힘찬 기운이 솟아나는 느낌을 받았다. 당신의 따스한 격려가 없었더라면 어쩌면 나의 생각이나 있었던 일을 글로 써서 표현하는 일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여태껏 살아온 길을 천천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현재 나의 모습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는 시간도 많이 가지게 되었다.

글을 써야 할 날짜가 다가오면 글감을 찾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심리적으로 예민해지고, 압박감도 조금 느끼면서 긴장된 상태가 된다. 일종의 스트레스인 셈이다. 그 시기엔 가족이나 지인 혹은 친구와 유쾌하고 흥겨운 시간을 가져도 마음은 ‘글쓰기 숙제를 어떻게 마무리하지?’ 하는 고민에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말 수도 줄어들고, 호탕한 웃음도 저절로 자제가 되곤 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를 성장시켜주는 고마운 감정이었다. 힘든 과정을 거쳐서 한 편의 글이 탄생할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2021년도에 썼던 ‘눈물로 태어난 휴대폰’과 ‘긍정적인 말의 힘’을 누군가가 블로그에 공유한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참 가슴 뛰는 일이었다. 지난가을엔 울산에 있는 어느 공공기관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와서 애면글면 편지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 덕분에 경제에 관해 깊이 공부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어서 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왜 글을 쓰고 싶은 것일까? 글쓰기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타인을 이해하려면 먼저 나를 알아야 한다. 또한, 내면의 깊은 상처도 글로 풀어내면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생긴다.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스스로 묻고 대답해본다. 끝까지 읽고 싶어지는 글, ‘그래 맞아.’ 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글, 마주 보고 이야기하듯이 자연스러운 글,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감동을 안겨주는 글을 쓰고 싶다.

글쓰기는 내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에 살아온 모습이 오롯이 나타난다. 진심 가득한 글을 쓰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나를 믿고 오랜 기간 귀한 자리를 마련해준 울산제일일보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다.

천애란 사단법인 색동회 울산지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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