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산따라 물따라 살펴보는‘龍’이 들어간 울산의 지명들
[신년특집] 산따라 물따라 살펴보는‘龍’이 들어간 울산의 지명들
  • 강귀일
  • 승인 2024.01.0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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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연(黃龍淵). 태화강의 태화루 아랫부분이 황룡연이다.
황룡연(黃龍淵). 태화강의 태화루 아랫부분이 황룡연이다.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갑진년은 푸른색의 ‘갑(甲)’과 용(龍)을 의미하는 ‘진(辰)’이 만나 특별히 ‘청룡(靑龍)’의 해라고 한다.

용은 십이지(十二支)의 구성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고 전설에만 등장한다. 그래서 용에 관한 전설이 많고 그 전설에서 유래한 지명(地名)도 많다. 울산지역에도 용(龍)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지명이 적지 않다. 갑진년을 맞아 울산의 용자지명(龍字地名)을 살펴봤다.

◇황룡연(黃龍淵)

태화강을 가로질러 중구 태화동과 남구 신정동을 잇는 태화교 북단 서편에 태화루가 있다. 태화강의 태화루 아래 벼랑 밑을 황룡연이라고 한다. 다른 이름으로는 용금소라고도 한다.

옛날에 가뭄이 들면 울산 고을의 원님이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전한다.

강심이 깊어 명주실 한 타래를 다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또 함월산 백양사의 우물과 통하는 굴이 있다는 전설도 있다.

이 지역에 신라 고승 자장(慈藏)이 창건한 태화사(太和寺)가 있었기 때문에 태화강이나 태화루라는 이름도 생겨났다.

자장이 중국 태화지(太和池)에서 용신(龍神의 계시를 받고 귀국해 황룡사에 구층탑 짓기를 청하고 태화사와 통도사를 세웠다고 한다.

황룡연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보인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으로 전하는 태화루는 2014년 정면 7칸, 측면 4칸 규모로 중건됐다.
 

무룡산에서 본 울산항 및 시가지 전경. 사진제공=울산시
무룡산에서 본 울산항 및 시가지 전경. 사진제공=울산시

◇무룡산(舞龍山)

울산의 진산(鎭山)인 무룡산은 높이가 해발 450.6m로 동해안 가까이 자리 잡고 있다. 북쪽으로는 동대산(東大山) 자락과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새바지산과 마골산으로, 동쪽으로는 우가산(牛家山)으로 산줄기가 이어진다.

무룡산은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과 ‘문헌비고(文獻備考)’, ‘울산읍지(蔚山邑誌)’ 등에 ‘무리룡산(舞里龍山)’이라 기록돼 있다.

무리(無里)는 물(水)이라는 뜻으로 무룡산은 물을 빌던 산이라는 뜻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가뭄이 심해 지면 이 산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이 산을 성스럽게 여긴 사람들은 이 산에 산소를 쓰지 않았다.

가뭄이 들면 사람들은 몰래 쓴 산소들을 찾아 파헤쳤다고도 한다.

울산지역 고등학교에서는 대학입시철이 되면 이 산에서 수험생들의 합격기원제를 지내기도 했다.

무룡산 연암동쪽 자락의 옥천암(玉泉癌)은 맑은 샘이 솟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 동편 무룡동 달골 마을에서는 새로 판 우물에서 깨끗한 물이 마르지 않고 계속 솟기를 기원하는 물당기기놀이가 전해지고 있다.

무룡산에서 바라본 울산공단의 야경은 마치 수많은 보석들이 빛나는 모습을 연상하게 할 만큼 아름답게 보여 무룡산에서 바라본 야경이 울산12경에 지정되기도 했다. 차량 이용이 가능한 산으로 정상 부근에 KBS 무룡산송신소가 있다.

◇남구 용잠동(龍岑洞)과 용연동(龍淵洞)

남구 장생포만 남서쪽 마을들을 해칠방(海七坊)이라고 불렀다. 내해마을에서 외황강 하류까지 해안선을 따라 형성되었던 마을들이다.

지금은 공단에 편입돼 주민들은 살지 않는 마을이 됐지만 법정동으로는 존재한다 행정동으로는 남구 선암동에 속해 있다.

용잠동(龍岑洞)은 바다의 용(龍)이 이곳에 잠겼다고해 잠길 잠(潛)을 합해 만든 이름이다.

1977년 화력발전소인 동해전력이 가동하면서 용잠동 주민들은 이웃 마을인 남화동의 주민들과 함께 고향 땅을 떠나야 했다. 이 마을에 있던 용잠국민학교도 이때 폐교됐다.

이 마을에는 1942년 세워진 월성이종만공덕비(月城李鍾萬功德碑)가 남아 있다. 이종만(1886~1977)은 울산 출신 기업인으로 1939년 이 마을에 초등학교를 세워준 인물이다. 그 학교가 용잠국민학교였다.

용연동(龍淵洞)의 ‘용연’은 이 마을의 가리못(加里池)에 용이 살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1990년대에는 도로 아래쪽 마을이 공해 지역 이주 정책과 신항만 배후 부지로 지정되면서 대부분 철거됐다.

용연초등학교는 1998년 폐교됐다. 그러나 이 학교는 2004년 남구 대현동에 다시 세워졌다.

◇용암리·반용·용굴

이 밖에도 울주군 청량읍 용암리(龍巖里)와 범서읍 척과리 반용(盤龍)마을이 있고 동구 대왕암공원에는 용굴이 있다.

모두 용에 얽힌 전설에서 붙여진 지명이다.

강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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