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8-‘봉사’에는 과하게 허세 부리는 세상
-298-‘봉사’에는 과하게 허세 부리는 세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2.2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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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내가 “자기 혹시 허세 부리면서 내로남불 하고 다니는 건 아니지? 너무 과하면 주변에서 허세 부린다고 뒷담화 하고, 내로남불 하면 남에게 상처를 주게 돼. 그 허세를 나와 가족, 직원에게 부리는 건 어때?”라고 하는데 갑자기 머리가 하얘졌다. 전날 술 먹고 집에 와서 뭐라 했길래 아내가 이런 말을 하지? 아내가 말한 ‘허세와 내로남불’이란 단어가 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혹시 지금 허세 부리고 내로남불 하면서 타인에게 상처 주며 사는 건 아닐까?

허세와 내로남불에 능하지 않다고 우기고 싶으면서도, 칭찬에는 많이 인색한 것 같다. 필자도 사업 시작한 지 만 5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아랫사람의 잘못을 많이 지적하진 않지만, 잘한 일에 대한 칭찬에는 인색하고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후회하고 있다. 칭찬을 아끼지 말자. 잘못을 볼 때는 내 티끌부터 보고 칭찬할 때는 남의 들보부터 보자. 칭찬은 허세가 넘치도록 하고, 잘못에 대한 지적보다는 상대방과 협의해서 함께 나아갈 방법을 고민하자.

인간관계론에 보면, “보통사람은 어떻게 사는가? 어떤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하들을 몰아붙이지만, 마음에 드는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칭찬도 하지 않는다.”라는 글귀가 있다. 그런 사람은 그저 보통사람일 뿐이다. 운 좋게 CEO가 되어도 거기까지일 뿐이다. 칭찬에 능하고 비난에는 인색해지자. 우리는 늘 주변 사람과 세상을 평가할 때가 많다. 작금의 시대는 농담을 못 참으면 왕따가 되는 세상이다. 내가 무심코 하는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실수하며 산다.

우리는 늘 뭔가 부족한 듯 말한다. 값비싼 옷을 샀는데 질이 좋지 않다느니. 정말 값비싼 식당에서 좋은 음식을 먹었는데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느니. 많은 값을 치른 고급 호텔이 모텔보다 못 하다느니. 그런 말을 들으면 가끔 심사가 뒤틀릴 때가 있다. 그 정도 능력이면 만족해야 하는데, 늘 잘난 척하면서 만족을 못 하고 산다. 과연 그 사람이 그에 걸맞은 실천을 조금이라도 하고 있을까?

남이 내게 해주는 배려의 거짓말도 있다. 내가 잘못한 말이나 행동에 대해 지적하거나 허세 부리지 말라는 질책보다는, 그것을 감싸주고 보듬어주려는 거짓말 말이다. 이 배려의 거짓말에 속아 더 허세를 부리고 잘못된 말과 행동이 더 커지면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내게 배려하려고 거짓말한 사람의 잘못인가? 아니면 그 거짓말에 속아 날뛴 내 잘못인가?

배려의 거짓말을 할 때는 조금 신중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상대방의 잘못된 말과 행동을 부추겨 우스운 사람으로 전락할 수 있고, 잘못 이해하면 놀리는 것이라 오해할 수 있다. 배려의 거짓말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제럴드 제리슨은 “사람들은 하루에 평균 200번의 거짓말을 하면서 산다.”고 했다. 8분에 한 번씩 거짓말하는 것이다. 거짓말이 나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거짓말 않고 살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이왕 하려면 배려의 거짓말을 하자.

나는 가족과 지인에게 진심 어린 말 한마디 건네지 않으면서, 세상 걱정을 혼자 다 하는 척 허세 부리는 건 아닐까? 그런 허세보다는 항상 내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내가 가진 걸 나누고 베푸는 허세를 부려보련다.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진심을 담아 전달하려고 노력하련다. 허세와 사랑은 매일매일 보는 가족과 지인에게 부리겠다. 그리고 가끔은 어렵고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봉사하는데 허세를 좀 과하게 부려보자. 그런 허세로 세상은 아름다워지고 난 행복해질 테니까.

서병일 ㈜코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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