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 엇갈린 세밑 울산 건설업의 현주소
명암 엇갈린 세밑 울산 건설업의 현주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2.2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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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하는 세밑에 즈음해 울산지역 건설업계에서 좋은 뉴스, 궂은 뉴스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좋은 뉴스는 지역 건설업체 하도급률이 30%를 넘어섰다는 소식이고, 궂은 뉴스는 건설 현장에서 추락사망 사고가 또 났다는 소식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올해 지역 건설업체의 하도급률은 30.48%로 지난해 28.18%보다 2.3%포인트 올랐고, 수주액도 지난해 7천868억원보다 752억원 늘어난 8천620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성과는 시의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실제로 시는 올해 ‘지역건설 활성화’ 목표를 세우고 11개 대형 건설사와 2차례 업무 협약을 맺고 협력업체 등록요건 완화와 입찰 참여 기회 부여를 요청했다. 시는 또 하도급률을 높이려고 공사현장 71곳을 일일이 찾아다녔고, 시내 대형건설 현장 85곳의 시공업체 본사에 서한문을 보내 지역 업체의 공사 참여를 요청했다.

이밖에 6개 국가산단 공장장협의회와 업무 협약을 맺은 일, 지난 10월 ‘대형 건설사와 지역 업체의 만남의 날’ 행사를 주선한 일도 좋은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시 관계자는 “내년에도 건설산업 현장에 온기가 돌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지역 건설업계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올해만큼만’이라며 시의 역할을 새해에도 기대할 것이다.

그렇다고 신바람 나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26일 오전 11시쯤 울주군 범서읍의 한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에서는 건설노동자 A씨(67)가 청소작업 도중 2.8m 아래 자재 인양구로 떨어지면서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발을 헛디뎌 10층 바닥 구멍을 거쳐 9층 바닥으로 추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겨울철 건설공사 현장의 추락사고는 곧바로 사망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최근 사흘 새 전국 건설 현장(울산 포함)에서는 건설노동자 3명이 추락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24일 오전 3시 50분쯤에는 경기도 평택시 영풍제지에서 일하던 B씨(68)가 창고 지붕에서 배관연결 작업을 하던 중 2.12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같은 날 오후 2시 29분쯤에는 인천 서구의 한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C씨(47)가 비계 조립작업 도중 13m 아래로 떨어져 숨을 거두었다.

공교롭게도 사망자는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고, 관련 업체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법에 따른 조사를 받게 됐다.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난 즉시 근로감독관을 현장에 보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법 위반 여부 수사에 들어갔다.

한 노동단체의 주장대로 ‘추락사와 같은 재래형 중대재해가 자꾸 되풀이되는 것은 기초적인 안전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무책임한 경영’ 때문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지역 건설업계가 ‘중대 재해 제로의 새해’, ‘밝은 소식 가득한 새해’를 위해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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