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폴레옹’ 알렉산더, 칭기즈칸, 나폴레옹, 히틀러
영화 ‘나폴레옹’ 알렉산더, 칭기즈칸, 나폴레옹, 히틀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2.2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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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덕에 드러누워서 세계사 공부를 제법 하고 있는데 특히 한 케이블TV에서 지금도 방영되고 있는 <벌거벗은 세계사>라는 프로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우리가 대충 알고 있는 역사적인 인물이나 사건들을 제목 그대로 완전 홀딱 벗겨 버리는데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헌데 사건도 사건이지만 우리가 소위 위인(偉人)이라 부르는 인물들에 대해 몰랐던 이야기들이 특히 놀라운데 말이 위인이지 영상을 보다 보면 그들도 그냥 한 명의 어쩔 수 없는 인간일 뿐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더라. 학창시절 좋아했던 케네디를 비롯해 간디, 콜럼버스, 연개소문 등등. 커다란 업적에 가려진 그들의 숨겨진 과거나 민낯은 ‘추악하다’는 표현이 그리 과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더 심각한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정복자’ 부류였다. 그러니까 전쟁을 일으켜 영토를 아주 넓게 확장했기 때문에 위인의 반열에 오른 이들인데 가뜩이나 정복자에 대해선 회의적인 생각이 많았던 터라 <벌거벗은 세계사>를 통해 접하게 된 그들은 진심 가관이었다.

특히 프랑스의 땅따먹기 위인인 ‘나폴레옹’편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프랑스의 영토를 넓힌 것 빼고는 양아치도 이런 생양아치가 없더라. 나라가 혼란한 틈을 타 쿠데타를 일으킨 것도 그렇지만 황제가 되기 위해 투표조작까지 서슴지 않았고, 인종주의자에 학살을 일삼으며 황제가 된 뒤에는 독재자로 국민들 위에 군림했었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의 롤모델이 바로 나폴레옹이었다고 하니 이런 나폴레옹을 위인으로 모시고 사는 프랑스 국민들이 딱해 보이기까지 하더라.

공교롭게도 이런 사실들을 접하게 됐을 무렵,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 <나폴레옹>의 개봉 소식을 듣게 됐고, 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분명 나폴레옹을 까는 내용일 거라 확신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 예상은 적중했다.

다만 아내 조제핀(바니사 커비)의 사랑에 늘 목말라하며 그녀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나폴레옹(호아킨 피닉스)의 모습이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점은 예상 못 했지만 리들리 스콧 감독에 의해 그려진 나폴레옹은 시종일관 불안하면서도 지질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감독의 시선은 마침내 영화의 엔딩에서 정점을 찍는데 감독은 마지막 자막을 통해 나폴레옹이 일으킨 전쟁으로 사망한 프랑스 군인이 무려 300만명에 이른다고 세상을 향해 아주 친절하게 고자질을 한다. 300만원도 아니고 300만명이다. 다들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들일텐데. 그러고도 지(나폴레옹)는 꿈을 이뤘다고 하겠지. 미친 XX. 누구를 위한 꿈인데?! 어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러면 안 되지. 어험.

사실 ‘위인(偉人)’에도 종류가 많다. 우리나라 이순신 장군처럼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해 후세에 위인으로 추앙받기도 하고, 퀴리 부인처럼 위대한 발견을 통해 위인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혹은 슈바이처 박사나 테레사 수녀처럼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도왔던 위인들도 있다.

하지만 이번 영화 <나폴레옹>에서처럼 정복자들에 대해선 언제부턴가 영화는 곱지 않은 시선을 계속 보내고 있는데 일찍이 올리버 스톤 감독도 2004년 <알렉산더>를 통해 우리가 위대한 정복자로 알고 있었던 알렉산더를 완전 개똥으로 만들어 버렸었다. <나폴레옹>은 바로 그 <알렉산더>의 연장선상으로 봐도 무방하고, 굵직한 정복자로 이제 남은 건 ‘칭기즈칸’밖에 없다. 뭐? 인류 역사상 가장 광활한 영토를 차지했다고? 잘 났다. 으이구.

물론 야만의 시대 선제공격은 생존을 위한 수단일 수 있겠지만 후대의 우리가 전쟁을 일으켜 수백,수천만명을 죽음으로 내몬 이들을 지금도 굳이 위인으로 추앙할 이유는 없다는 이야기다. 아니, 막말로 지금의 우리가 그 시절에 태어나 그들의 침략전쟁으로 내 가족들이 목숨을 잃더라도 그들은 영웅일까. 원나라의 침략을 받았던 고려인들에게 칭기즈칸은 과연 영웅일까. 그들이 히틀러와 다른 점이 뭔가?

위인(偉人)은 영웅(Hero)이다. 해서 자고로 위인도 이젠 이래야 하지 않을까.

2004년에 개봉했던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2>에서 영웅 노릇이 힘들어 스파이더맨을 그만둔 피터(토비 맥과이어)는 메이 숙모(로즈마리 해리스)의 이사를 돕게 되는데 거기서 옆집 꼬맹이 헨리를 만나게 된다. 헨리는 얼마 전부터 통 모습을 보이지 않는 스파이더맨의 근황을 피터에게 묻게 되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숙모는 피터에게 이렇게 말한다.

“헨리(옆집 아이) 꿈이 뭔지 아니? 스파이더맨이야. 어린 눈에도 영웅을 알아본 게지. 세상에 누가 나 같은 늙은이를 구하려고 그렇게 날아다니겠니? 그리고 아이들에겐 영웅이 필요한 법이야. 우리 모두의 본보기가 되는. 용기 있고 희생적인 사람들. 모두들 영웅을 사랑하지. 영웅을 위해 모이고, 영웅의 이름을 부르지.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 잠깐이라도 그 영웅을 보기 위해 몇 시간씩 빗속에 서 있었던 걸 추억하게 될 거야.

하지만 우리 안에도 영웅은 있단다. 우리를 정직하게 하고 힘을 주고 고귀하게 만들며 죽는 순간 부끄럽지 않게 해주지. 그것은 가끔 가장 원하는 걸 포기하게도 하지. 설령 ‘꿈’이라도 말이야. 헨리에게 스파이더맨은 그런 사람이야” 그나저나 다들 메리 크리스마스 되시길. 2023년 12월 6일 개봉. 러닝타임 158분.

이상길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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