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교통량 조사’가 의미 있는 이유
‘자전거 교통량 조사’가 의미 있는 이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2.21 2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시가 21일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기간이 단 몇 시간밖에 안 돼 아쉽기는 해도 조사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깊어 보인다.

시가 지난 10월 12일(목) 오전 6시~오후 10시 사이에 진행한 것은 ‘자전거도로 통행량 조사’였고, 조사 대상은 울산의 자전거도로 30곳, 33개 지점이었다. 올해 처음 선보인 이 조사는 행안부 지침에 따라 자전거통행량의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하기 위한 조사였다.

그 결과 흥미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났다. 자전거통행량이 가장 많은 곳은 1천821대를 기록한 남구 삼산현대아파트 북쪽 태화강 자전거도로였다. 조사 당일 16시간 동안 33개 지점을 지나간 자전거는 모두 1만7천892대였다.

시간대별로는 출근시간대인 오전 6~8시, 오후 1~7시의 통행량이 시간당 1천 대가 넘었고, 특히 오후 3~4시(1시간)에는 2천266대를 기록해 전체 통행량의 12.7%를 차지했다. 시는 현대자동차 주간 근무교대의 영향 때문이라고 보았다.

이번 조사의 목적은 단순한 통계수치 집계가 아니라 시민들의 실생활에 도움 되는 ‘실사구시(實事求是) 행정’에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시는 삼산현대아파트 근처와 동천체육관 동쪽, 명촌동 태화강 억새군락지에서는 짧은 시간에 통행량이 집중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안전사고 대책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가 이번 조사에서 얻은 것은 제법 많았을 것이다. 내년에는 자전거통행량을 주말도 포함해 이틀가량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자전거 타기 좋은 울산’을 만들겠다고 말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마침 울산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 박재영 박사가 ‘울산경제사회 브리프 153호’에서 언급한 제언에 관심이 간다 “시민들의 경제활동은 생활업종 현황을 중심으로 살펴봐야 알 수 있는데, 국세청 자료로는 구체적인 매출액, 업종별 변화 등을 파악하기가 힘들다” “앞으로는 코로나와 같은 사회적 이슈의 발생에 대비해 다양한 데이터와 세밀한 분석을 통한 지역 맞춤형 경제모니터링으로 소상공인·시민이 피부로 느끼는 지원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해묵은 관행 탓인지 시는 ‘자체조사에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시민들은 ‘이번 주 생필품 물가는 지난주보다 얼마가 올랐지만, 이런 정책으로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식의 ‘피부에 와 닿는 행정’을 진심으로 바랄 것이다.

울산시의 담당 부서들이 이번 조사와 그 결과 발표를 ‘실사구시 행정’을 실천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주간 물가 동향’부터 파악한 뒤 대책을 세워 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조금씩 줄여나간다면 어떻겠는지, 답변을 듣고 싶다.

중앙정부의 지시만 따를 게 아니라 일감을 스스로 찾아 나서는 적극적인 행정을 기대하기에 하는 고언이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