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10년 만에 찾아온 호황인데도 웃지 못하는 이유
조선업, 10년 만에 찾아온 호황인데도 웃지 못하는 이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2.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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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업이 10년 가까운 긴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맞이하고 있다. 최근 조선업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가 계속 켜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량은 전 세계 발주량의 29%를 차지했다. 그것도 고가 선박과 친환경 선박이 각각 발주량의 61%, 50%를 점유하며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제조가 까다롭고 가격이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전 세계 발주량의 87%나 수주했다.

수주잔량 또한 조선업 위기 이후 1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이는 앞으로 4년 치의 일감에 해당한다고 한다. 또한, 수주 및 수주 잔량 실적의 개선으로 앞으로는 고부가가치 위주의 선박 수주 전략으로 임금상승을 서두르고 기술력을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수준으로 높인다고 한다. 진정한 조선업 강국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것은 시간문제라 하겠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일자리 창출의 대표업종이라 할 수 있는 조선업의 ‘인력난’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조선업 위기의 후유증 때문이겠지만 특히 현장에서는 기능인력 감소가 계속되고 있다. 조선업에 근무하는 인력은 2014년만 해도 원·하청을 합쳐 20만여명에 달했던 것이 지난해 말에는 10만 명이 채 되지 않으면서 반 토막이 났다.

물론 기능인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는 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내·외국인 등 총 1만104명이 충원되었다고 하지만 연말까지 필요한 인력 1만4천명의 70%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조선업 위기가 시작된 2014년 이전까지 일자리 창출의 효자 업종이었던 조선업이 이제는 기피업종이 되고 만 셈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청년(15세~29세) 비경제 활동인구는 426만명이었고, 지난해 기준 구직 포기 청년은 43만명이나 된다.

그렇다면 조선업 회복기에도 청년을 비롯한 기능인력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선해양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미충원의 사유는 △구직자 기피 직종(31.5%) △임금 등 근로조건과 구직자 기대의 괴리(29.3%) △사업체의 요구경력 지원자가 없기 때문(14.1%)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 것일까. 울산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의 ‘울산지역 조선업 변화와 과제’에 따르면, 우선 근로자가 이직하지 않고 장기근속하도록 유도하는 근무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그들의 가장 큰 이직 사유는 ‘노동강도에 비해 낮은 임금수준’이었다. 그러므로 휴가, 성과금 등 각종 보수 수준에서 원청은 물론 타업종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최저임금을 조선업의 기준임금으로 삼는 현실을 보할 필요가 있다. 조선업 경기와 기업 경영실적에 상응하게 최저임금 이상의 실질임금을 보장해줄 필요도 있다. 그래야만 경기와 경영이 어려울 때 근로자에게 다양한 양보를 요구할 명분이 생길 것이다.

다음으로 ‘3D 업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낮은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작업환경을 정부의 중대재해 예방정책에 맞추어 ‘안전보건’ 중심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근로조건은 물론 성차별을 완벽히 해소하는 등 ‘공정한 보상과 평가’, ‘워라밸’을 제도화할 필요도 있다.

마지막으로, 고령자의 고용을 촉진해야 한다. 고령자의 근로는 용돈 벌이 차원을 넘어서는 가치가 있다. 2025년에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 노동시장에서의 고령자 위상은 지금과 많이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보상 평가는 물론 근무연령 완화와 같은 존경과 격려의 기업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고령자도 젊은 근로자처럼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로봇의 적극 활용 등 고령자와 함께 일하고 싶은 매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백재효 울산과학대 지역산업맞춤형 인력양성 사업단 단장, 세무회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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