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 칼럼] ‘화학안전도시의 맏형, 울산’을 그리다
[명사 칼럼] ‘화학안전도시의 맏형, 울산’을 그리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2.14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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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대표 공업도시라 하면 ‘울산’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울산은 1962년 제1차 경제개발계획 수립 직후 우리나라 최초의 공업지구로 선정되었고, 현재까지 중화학공업을 바탕으로 한국의 경제성장에 핵심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

대규모 산업단지와 항만이 위치한 울산은 석유화학 등 다양한 산업이 밀집해 있어 화학물질의 대량 생산과 소비, 유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언제든지 대규모 화학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매년 전국에서는 크고 작은 화학사고가 발생한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울산에서 발생한 화학사고는 총 45건으로, 전국 단일행정구역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더욱이 울산지역은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나 재산피해의 규모도 다른 지역에 비해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울산을 ‘화약고’로 비유하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화학사고는 근로자뿐 아니라 인근 주민의 안전과 환경에도 중대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 현재 울산에서 화학물질 취급 허가를 받은 사업장은 500곳이 넘는다. 특히 화학물질 사용량이나 규모 면에서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대형 사업장들이 많이 입주해 있다. 통계에서 주목할 부분은 최근 울산지역에서 화학사고에 의한 인명피해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고는 대부분 ‘시설 노후화’와 연관된 경우가 많다. 이처럼 불리한 조건에 ‘시설관리 소홀’, ‘안전기준 미준수’가 겹치면서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록 시설이 낡았다 하더라도 시설관리를 철저히 하고 안전에 관한 기준을 제대로 준수한다면 사고 자체를 예방할 수 있고, 인명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위험은 우리의 모든 일상생활 속에 항상 존재한다. 20세기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1944~2015)은 이를 ‘위험사회’라고 정의했다. 문명과 기술 발전으로 다양한 혜택을 누리지만, 그 이면에는 다양한 위험이 늘어나고, 이들과 필연적으로 동거해야 하는데, 이를 ‘위험사회’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화학사고는 대부분 원인을 미리 찾아내면 사전예방(prevention)이 가능하다. 원인을 모를 때 대비하는 사전주의(precaution ary)와는 달리 근본적 대책 수립이 가능하다. 다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가장 큰 위험은 ‘안전불감증’이다. 사고 위험이 큰 요소들을 찾아내고 이를 제거하려는 노력을 강화해 나간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환경부 소속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울산지역의 화학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울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를 중심으로 관내 150개 업체와 화학사고 민·관 공동대응 협의회를 운영하며 상호 협력하고 있다. 사고원인으로 많이 지목되는 ‘밸브, 프랜지, 스위치’(밸프스) 관리를 강화하는 ‘밸프스 안전 캠페인’도 실시하고 있다.

작년에는 고위험시설에 전담자를 지정·관리하는 ‘밸프스 플러스 캠페인’도 울산에서 처음으로 추진했고, 올해는 창원, 내년에는 부산, 경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환경 중 유해물질을 실시간으로 자동분석하는 ‘이동식 측정분석 차량‘과 적외선 측정기, 드론 등 첨단 장비를 이용하여 화학물질의 누출과 사고를 예방하는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울산이 ‘화약고’라는 오명을 벗고 ‘화학 안전’을 대표하는 도시가 되는 그날까지 노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민간 기업과 중앙·지방정부가 함께 힘을 합쳐 노력해 나간다면, 그날은 그리 멀지 않다고 믿는다.

최종원 낙동강유역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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