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왕(王)일까? 봉(鳳)일까?
소비자는 왕(王)일까? 봉(鳳)일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2.1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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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은 “나의 소비는 ‘윤리적 행동’이라고 자부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뭐라 응답할지 매우 궁금하다. 솔직히, 나는 소비할 때 윤리적 가치보다는 싸고 성능이 좋은 것을 우선시한다. 늘 그러지는 않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구매는 단순히 경제적 행위가 아니라 언제나 도덕적 행위”라고 설파했다. 어떻게 하면 소비가 윤리적 행위가 될 수 있을까? 그 기준은, 우리가 소비하려는 물품과 서비스가 ‘신음하고 울부짖는 지구’와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고통을 더 안겨 주는지를 현명하게 헤아리는 것이다.

오늘날 국민이 기업이나 사회, 국가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소비’와 ‘투표’다. 소비자가 어떤 물건을 구매하는지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제품을 계획하고 생산하여 완제품이 나오는 과정에는 생태계, 가난한 이들, 정의, 노동자, 인권 등 사회의 수많은 요소가 연결되어 있다. 다시 말해, 소비는 인간과 생태계가 함께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윤리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윤리적 소비’를 통해 이웃과 생태계에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깨닫고 다 함께 실천해야 한다.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수도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소득수준이지만, 소비자 의식 및 소비자운동에 대해선 주요 대도시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를 적극 실행하고 감시하는 소비자단체도 눈에 잘 띄질 않는다. (사)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은 한국사회에서 국제적인 시각과 전문성을 갖고 소비자운동을 전개하는 취지로 1983년 1월에 창립된 자발적, 비영리적, 비정치적 전문 소비자단체다. 자발적 소비자운동을 통하여 소비자 주권을 확립하고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소시모’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실증자료에 의해 판단하며, 그것을 기초로 활동을 전개하면서 독자적이며 소비자 눈높이에서 소비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지속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소시모’는 소비자 문제 예방과 해결을 위해 본부 및 서울 지부, 성남, 원주, 안산, 대전, 김포, 광주, 천안·아산, 고양지부에서 소비자상담을 실시하고 소비자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구제하고 있다. 소비자의 실생활에서 빈발하는 피해와 불만, 문제의식 등 구체적인 자료를 근거로 소비자의 피해를 해결하는 한편, 소비자운동의 주제로 삼는 것이 바로 소시모의 ‘소비자운동’이 표방하는 주된 흐름이다. 아쉽게도 한국경제의 심장인 울산과 영남권에는 ‘소시모’ 지부가 없다. 이는 훗날 부울경이 수도권에 대응할 메가시티로 발전하는 데에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소비자운동은 생명을 지키는 운동으로 소비자 안전을 위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비자운동은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운동이다. 또한, 소비자운동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활동이다. 그러므로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까지 고려하는 인간과 시장 중심의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소비자는 자신이 사용할 제품에 대해 ‘제대로 알 권리’가 있다. 시대가 바뀌어 최근 ‘소시모’는 에너지 및 환경 문제와 소비자 문제를 연계한 시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비단 ‘소시모’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울산도 하루빨리 소비자운동이 활성화되어 에너지 및 환경에 대한 시민 인식의 제고 및 지속가능한 소비 및 생산 패턴으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또한, 순환경제 및 녹색소비 생활 확산에도 크게 기여하길 소망한다.

소비자는 왕일까? 봉일까?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정치권에서는 ‘과학이냐? 과잉선동이냐?’ 양분법으로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이렇게 다툴 필요가 없다. 정치적 논리가 아닌 믿을만한 근거에 입각해, 국민 스스로 소비자 스스로 올바르게 판단하면 된다. 그러려면 제대로 된 정보는 필요하다.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그래서 소비자의 알 권리가 매우 중요하다. 투표와 함께 ‘소비’야말로 국민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빨리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가 울산 사회 전반에 널리 확산되기를 소망한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사)소비자시민모임 감사 · 한국화학연구원 명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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