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벽 뚫고 가족과 소통”
“한글벽 뚫고 가족과 소통”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8.25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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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족을 돕는 기관이나 단체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교육 프로그램은 뭐니 해도 한국어교실. 울산지역 23개 기관·단체 가운데 무려 20곳에서 한국어교육 과정을 채택할 정도이다.

결혼이민 여성을 체계적으로 지도하는 한국어교육의 대표주자는 남구 옥동 가족문화센터에 둥지를 튼 울산광역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 정민자 울산대 교수).

이 센터에서는 그 밖에도 다문화사회 이해 교육, 가족 교육, 상담, 취업·창업 지원, 통역·번역서비스 자조모임 및 자원봉사단 운영, 다문화 인식 개선 사업, 홍보사업, 방문교육 사업(한글교육, 아동양육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울산시다문화가족센터에서는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생활언어를 익히는 데 도움을 주도록’ 한국어교육을 단계별로 베풀어 오고 있다. 기초반, 초급반, 중급1반, 중급2반, 고급반의 5단계 교육은 1월부터 12월까지, 쉬는 달이 없이 계속된다. 다만 학기는 1, 2학기로 나누고 있다.

현재 정원은 130명. 전국 100개 다문화가족센터 가운데 제일 많은 숫자라고 했다.

“신청자가 많다보니 강의를 듣고 싶어도 못 듣는 결혼이민 여성 수가 100명이나 밀려 있어요. 빌려 쓰고 있는 가족문화센터의 강의실이 좁아서 수용능력이 한계에 부딪힌 때문이죠.” 이미화 팀장의 말이다. 수업은 더러 강의실 복도 의자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또 하나의 자랑은 든든한 강사진이다. 전직 한국어교사에다 강사 자격증을 가진 실력자들이 13명이나 포진하고 있고 자원봉사자도 20명이나 된다. 강사진을 넉넉하게 채운 것은 1대1 관리가 가능하도록 배려한 특단의 조치다.

‘1대1 관리’ 방침을 세운 것은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결혼이민 여성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한국인 신랑과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어린 신부들은 한국어가 서툴다보니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편. 그래서 “다문화가족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시간이 유일한 낙”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신상기록, 성적 관리, 수준 테스트도 1대1 관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2년간 한국어능력인증시험(TOPIK)을 거쳐 급수를 따낸 수강생이 50여 명에 이른다. 3, 4급에서 6, 7급까지 급수가 매겨지는데 1명뿐인 7급 이민여성은 대학교수 수준이라는 것.

중급, 고급반에는 중국(조선동포 포함), 베트남 출신 여성들이 의외로 많다. 직업전선에 뛰어들기 위한 열의는 빠른 진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혼이민 여성들이 서둘러 울산에 뿌리를 내리고 싶은 나머지 드러내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간간이 생겨나고 있다.

“젖먹이 아기가 울어도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달래지는 않고 수업에만 매달리다 보니 다른 수강생들이 난감해하는 일이 가끔 있어요. 아이가 울어대는 것보다 수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봐요.” 이미화 팀장의 귀띔이다. 아이 울음을 계기로 수유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때도 있다고 했다.

한국말과 같이 배우는 한글로 난생처음 편지라는 것을 써보기도 한다. 고향의 가족들에게, 때로는 사랑하는 한국인 신랑에게 써 보는 편지는 또 다른 기쁨, 또 하나의 보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 김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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