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힘은 희망과 꿈을 갖게 한다’
‘사랑의 힘은 희망과 꿈을 갖게 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8.25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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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초등학교 교사 박춘자
새싹이 움트는 봄!

2학년을 맡으면서 A를 만나게 되었다.

개학 날 새로운 친구와 새 교실에서 마냥 기대와 호기심과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 만나게 될 담임선생님을 기다리는 올망졸망한 아이들 속에 A는 세탁을 하지 않아 오염이 심한 누런 잠바를 입고 고개를 숙인 채 혼자 앉아 있었다.

첫 시간에 인사와 자기소개를 하는데 A의 차례가 되었지만 대답도 없이 멍하니 창문 바깥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내가 말을 걸어도 전혀 아랑곳 없는 듯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말을 못해요.”

“글을 몰라요.”

“바보예요.”

“냄새가 많이 나요.”

“엄마가 외국인이에요.”

등으로 아이들은 A에 대하여 자주 말을 하였다.

A는 다름 아닌 우리 주변에서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로 가족관계가 다소 복잡한 아이였다. A가 어릴 때 아빠는 조선족 친어머니와 이혼하고 다시 베트남 어머니와 가정을 이루었다. 베트남 어머니는 어린 동생을 낳아 기르고 있었으며 한국어 사용 미숙으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상태였고, 아이 아빠와 상담을 해 보았으나 가정지도를 꾸준히 해 줄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전혀 웃음을 찾을 수 없는 A를 볼 때마다 아이의 마음을 읽을 수 없어 고민이 더해 갔다. 그래서 방과 후에 말문을 열 수 있도록 아이와 눈을 맞추기 시작했다.

‘함께 선생님과 청소하기, 친구처럼 놀아주기, 자연스럽게 스킨십 해 주기, 이야기 나누기, 책 읽어주기, 심부름시키기, 맞춤학습’ 등을 실시하면서 나름대로 이해와 배려를 동원하였고 인내심으로 묵묵히 지도를 하였다. 몇 달이 지나 아이의 얼굴에는 점차 밝은 웃음이 번져갔으며 자기 의사 표현을 놀랄 만큼 잘하기 시작하였다. 무엇보다 미술과에 특기와 소질이 있다는 것을 찾을 수 있어서 수업시간 틈틈이 A가 만든 작품을 선보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럴 때마다 반 아이들도 환호하며 점차 A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 갔다.

“넌 어쩜, 보고 그리기를 그렇게 잘 하니? 꼭 진짜 같다.”

“종이접기를 너무 잘 하구나! 접는 법을 나 좀 가르쳐 줄래?”

잘하는 부분을 발견할 때마다 칭찬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A와 친해지려고 애를 썼다. 그 후 그 아이 주변에는 항상 친구들이 모였으며, 누구하고나 잘 어울려 놀이도 하고 자신감도 엿보이고 성격도 많이 활발해졌다.

또 수업시간에 친구들 앞에서 큰 목소리로 자신 있게 발표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손을 들어 책읽기도 잘 해 때로는 그 아이 덕분에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는 습관이 생겨 버렸다.

A는 요즘 나의 웃음치료사이다. 가르치는 보람이 진정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모아 월 1회 방과 후 다문화반을 운영하는 나로선 우리 교사들의 열정과 책임감은 바로 이런 속에서 다져지고 편견 없는 관심과 사랑을 주면 사랑 받는 만큼 우리도 성장해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 번 되뇐다, ‘사랑의 힘은 희망과 꿈을 갖게 한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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