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는 곳
마음이 가는 곳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2.07 2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불교 선종 6조 혜능은 광주 법성사에서 인종법사의 열반경 법문을 들으러 가는데, 그 앞에 두 스님이 성곽에서 흔들리는 깃발을 보고 “깃발이 흔들리네” “무슨 소린가?바람이 흔드는 것이네”라며 실랑이를 벌이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자 혜능은 “움직이는 것은 깃발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요, 바로 여러분의 마음이요”라고 말했다. 모든 시비분별은 마음의 작용이란 것이다.

이 시비분별을 위한 마음의 작용을 뜻밖의 장소에서 김두겸 울산시장에게서 들었다. 지난달 28일 저녁 일본 훗카이도 아바시리시 코소호텔에서 개최된 아바시리시 미즈타니 요이치 시장 초청 만찬장에서다.

김 시장은 미즈타니 시장의 환영사에 이은 답사에서 ‘장자(莊子)’를 인용해 마음의 작용에 대해 말했다. 김 시장이 인용한 장자의 우화는 ‘마음의 작용’이었다. 외발 짐승은 지네를 부러워했다. 많은 발로 어디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네는 하늘의 구름을 부러워 했다. 높은 곳에서 세상을 멀리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름은 바람을 부러워 한다. 슬슬 나부끼며 때론 광풍으로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은 무엇을 부러워 했을까. 바로 사람의 눈이다. 눈은 한 번 척 보면 가고 싶은 곳을 담아낼 수 있다. 그런 눈도 마음에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마음은 어디든 무엇이든 담아내기 때문이다. 김 시장은 “이 마음이 이르는 곳에 울산시와 아바시리시 시민들이 있다”며 “앞으로 우호협력 관계를 지속하고 확대해 나가자”고 말했다.

오가는 덕담을 더욱 빛내고 감동마저 준 답사였다. 김 시장과 아바시리시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김 시장이 남구청장 시절 첫 자매도시로 맺어진 곳이다. 고래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맺어진 자매도시는 그동안 고래축제로 교류를 이어왔고, 올해 공업축제 땐 울산시의 특별초청으로 아바시리시 관계자들이 울산을 찾았다. 김 시장은 당시 남구청장 때 인연을 개인적으로 코로나19 때를 제외하고 20여년째 이어가고 있다.

시비분별의 마음과 마음이 이어진 곳에 사람이 있었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다녀온 일본해외사절단에 참여해 느낀 소감이다. 시는 이번 해외사절단 활동에서 그동안 단절됐던(혹은 위축됐던) 울산시와 일본 자매도시와의 교류협력을 회복했다. 또 일본의 앞선 생활체육문화와 이를 통해 지역경제가 활성화 되는 현장을 살펴보며 ‘울산시 생활체육 발전에 대한 구상’을 완성했다.

일본 자매도시와의 교류협력 회복은 시비분별의 마음과 맞닿아 있다. 일제강점기, 역사왜곡, 독도문제 등 현안문제가 깃발처럼 흔들리더라도 그 현상에 휘둘리지 않고 ‘사람’이 중심된 관계회복이 그 것이다. 김 시장은 이번 사절단 일정으로 구마모토시를 방문해 ‘울산시-구마모토 국제마라톤대회’ 개최를 제안해 서로 합의를 이끌어 냈다.

김 시장은 “한일 양국의 역사적 애증은 애증대로 놔두고 민간차원이나 지방정부 차원의 교류가 확대되길 희망한다”며 “정부와 일본간의 외교적 회복이 곧바로 민간차원에서 관광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양국가 ‘사람’들이 가져왔던 인연의 끈이 바탕에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울산시가 내년부터 적극 추진하려는 ‘스포츠 문화 활성화 정책’도 역시 사람의 마음을 잇는 방편이다. 삼대가 즐기는 파크골프장 건설이나 야구, 축구, 농구, 테니스 시설의 첨단화는 ‘산업수도로 쉼없이 달려온 울산이 누릴 권리’기도 하다. 김 시장은 “이제는 먹고 살만하니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여가와 쉼, 즐기는 문화를 울산시의 성장동력으로 삼으려 한다”며 “산업과 문화, 휴식이 공존하는 삶의 질 향상으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 중심에 ‘울산사람’을 위한 마음이 이어지고 있다는게 가까이서 본 소감이다.

정인준 사회부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