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정전사태와 한전의 뒤처리
어이없는 정전사태와 한전의 뒤처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2.0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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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건 대낮, 도심에서 전기가 꺼졌다. 예고 없는 정전사태에 시민들은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했다. 문의 전화가 빗발치자 울산시는 ‘비긴급 신고는 119가 아닌 110으로 해 달라’고 안전안내문자까지 띄웠다.

전기가 나간 시각은 6일 오후 3시 40분쯤, 다시 들어온 시각은 오후 5시 28분쯤이었다. 그 바람에 남구와 울주군 일대의 신호등은 한동안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영문을 모르는 시민들은 무려 1시간 50분 가까이 불안과 초조, 그리고 불편에 시달려야 했다.

한전 울산지사는 남구 옥동 변전소 내 변압기 문제로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고, 이 사실은 시 안전안내문자에도 반영됐다. 또 정전은 남구 옥동, 무거동, 신정동과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 굴화리 등지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시에 따르면, 전기가 끊어지면서 신호등 140여 대가 한동안 작동을 멈추었고, 오후 4시 40분까지 복구된 신호등은 60개를 헤아렸다. 주요 교차로에 최대한 배치된 경찰 인력은 수신호로 교통지도에 나서야 했다. 정전 시간대에 “엘리베이터에 갇혔다”는 119 신고는 최소한 29건이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신고 전화도 꼬리를 물었다. 경찰은 이날 오후 4시 40분까지 들어온 112 신고가 교통불편 119건, 위험방지 3건 등 모두 122건이나 됐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오후 4시 30분까지 △엘리베이터 갇힘 29건 △비상발전기 작동에 따른 연기 오인 24건 △정전 문의 528건 등 모두 581건의 신고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예고 없는 정전은 시민들의 일상에 정지 신호를 강요하는 일이다. 어디 교통 불편뿐이겠는가. 가전제품을 쓸 수 없는 시민들, 컴퓨터가 꺼져 진료 업무가 마비된 일부 중소 의료기관, 입력해둔 자료가 날아가 애를 먹는 언론인들…피해 사례는 그밖에도 차고 넘칠 것이다.

한전 울산지사는 원인 규명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시민과 기관, 기업체를 가리지 않고 한시적이나마 정전 피해에 시달린 모든 당사자에게 정중한 사과라도 먼저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겠는가. 그 속에는 진심어린 재발 방지 약속도 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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