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 잘 늙는 법도 배워야 한다
-295- 잘 늙는 법도 배워야 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2.05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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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올해 연세가 88세 미수(米壽)다. 어머니가 오래 사시는 것은 자식으로서 큰 복이다. 주기적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닌다. 3개월에 한 번 내과, 신경외과, 비뇨기과를 다니신다. 코로나 기간에 2번의 낙상으로 수술을 받았다. 고관절 교체술, 척추고정시술 등으로 잘 걷지 못하고 치매 초기증상도 보이고 있어 지켜보는 아들로서 마음이 아프다.

유일한 즐거움이 아들이 시켜주는 드라이브다. 한번은 두 시간 정도 부산을 한 바퀴 돌아 집에 왔는데, “차에서 내리세요.” 하니 어머니는 “드라이브를 안 시켜주냐?”고 하신다. 마음이 무겁다.

필자도 곧 예순이 된다. 늙고 싶은 사람은 없다. 조금이라도 젊게 보이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그래서 필자는 머리 염색도 하고 다닌다. 늙음을 거부할 수 없다면 잘 늙는 것이 좋지 않을까. 몇 년 전부터 “어떻게 하면 잘 늙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해왔다. 인생에서 잘 늙는다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긍정적이고 만족스러운 삶의 질을 유지한다는 개념이다. 자신의 만족감과 함께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웰빙이 포함될 수 있다. 잘 늙는다는 것은 단순히 더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나중의 삶에 의미와 활력, 만족감을 주는 삶을 사는 것이다. 신체 건강을 잘 유지하는 것이 잘 늙어가는 데 매우 중요하다.

잘 늙는 일에 대해 두어 권의 책을 본 적이 있다.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단, 충분한 수면, 예방적 건강관리를 생각할 수 있다. 신체적으로 활동적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마음을 평안하게 유지하는 것이 잘 늙어가는 데 필수적이다. 독서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취미 활동과 같은 정신적 자극 활동을 하면 인지 저하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정서적 웰빙을 육성하는 것은 긍정적인 관계를 조성하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며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과 관련된다. 주위와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사회 활동에 참여하며, 필요할 때 정서적 도움을 구하는 것은 성취감과 행복감에 크게 기여한다.

목적의식을 유지하면서 삶에 계속 몰두하는 것도 잘 늙어가는 데 핵심이다. 유의미한 활동, 자원봉사, 지역사회 기여 등을 말한다. 목적의식을 갖는 것은 동기 부여와 성취감을 제공한다. 잘 늙으려면, 삶의 변화와 도전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과 적극성이 필요하다. 삶의 탄력성을 개발하고 노화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로 생활해나가는 것이 평안한 감정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휴식, 스트레스 관리, 기쁨과 성취감을 주는 활동 참여와 같은 자기관리를 통해 자신을 돌보는 것이 전반적인 웰빙이다.

잘 늙는다는 것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이라는 점에 유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의 가치, 선호도 및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행복감, 만족감, 지속적인 개인적 성장을 추구하는 균형을 찾는 것이다. 필자는 여기에 품격을 더했으면 한다. 세월은 사람을 노인으로 만들지만, 품격까지 만들어주진 않기 때문이다.

품격은 돈이나 지식이 많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격과 덕성을 두루 갖추어야 가능하다. 품격 있는 노인이 되려면 베풀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열라.”는 말처럼 남에게 대접받을 생각만 하지 말고 먼저 대접해야 한다. 노인의 품격은 입이 아니라 귀에서 나온다. 입은 닫고 귀는 열라는 말이다. 요즘 회사 직원들에게 비친 내 모습은 아닐까? 젊은이보다 더 경청하고 더 베푸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잘 늙는 법도 배워야 한다.

임 호 ㈜피유란 대표이사,한국폴리우레탄학회 회장,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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