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코로나19·인플루엔자 백신의 동시접종을 권유한다
[의료칼럼] 코로나19·인플루엔자 백신의 동시접종을 권유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2.05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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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대통령 지시로 특전사의 호위까지 받는 귀한 몸이었던 코로나19 백신의 인기가 요즘은 영 시들하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이 백신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난리였는데도 말이다. 아직 세상에 코로나19라는 병이 남아 있고, 여전히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백신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흥미로운 현상이다.

더 재미있는, 아니 재미없는 사실은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다른 예방접종 비율까지 떨어졌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며 1, 2, 3, 4차… 끝나지 않은 예방접종에 대한 사람들의 피로도 증가와 백신 부작용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코로나19건 인플루엔자건 백신은 안 맞아도 안 죽는다’고, 예방접종이 필요 없다고 용감하게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확실히 지금의 코로나19는 평소 건강하던 사람이 죽을까 봐 겁내야 할 정도의 질병도 아니고 치명률도 높지 않다. 그런데 죽지만 않으면 되는 걸까? 그럼 우리가 어릴 때부터 맞았던 여러 번의 예방접종은 죽을까 겁나서 맞았던 것일까?

사실 파상풍 정도를 제외하면 소아마비, 볼 거리, 홍역, 수두, 간염 등 대부분의 예방접종은 ‘죽을까 봐’가 아니고 ‘아플까 봐’ 맞는 것들이라 볼 수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에 걸려 죽을까 겁나서라기보다는, 이 병에 걸리면 많이 아프고, 그동안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아픈 동안 주위 소중한 사람들까지 아프게 할까 봐 걱정돼 굳이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도 기본적으로는 같은 관점이지만 약간의 차이라면 코로나19보다 치사율이 오히려 높은 위험한 병이라는 것이다. 또 인플루엔자의 위험성과 예방접종의 효과는 저 유명한 ‘스페인독감’ 이후 수많은 학자에 의해 연구되고 증명되었다. 더 쉽게 말하자면, 맞으라고 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맞는 게 이득인 예방접종이다. 그런데 예방접종 시즌이 되면 가끔 이 두 예방접종을 동시에 해도 되는지 문의하는 분들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동시에 맞아도 전혀 상관없다. 어느 한쪽의 예방접종의 효과가 약해지거나 부작용이 심해지거나 하는 등의 부작용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이들 두 백신뿐만 아니라 다른 백신 대부분도 마찬가지다. (다만, 국소에 이상반응이 나타날 때 원인을 쉽게 확인하려고 같은 팔이나 다리에 여러 가지 백신을 한꺼번에 접종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생겼다고 판단되면 질병관리청에 신고하면 된다.)

이런 오해는 과거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처음 등장했을 때 모든 종류의 예방접종과 2주 정도 간격을 두라고 권고했던 것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당시 다른 예방접종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투약에 2주 정도의 간격을 권고한 것은, 코로나19 예방접종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던 때인지라 예기치 못한 이상반응이 나타났을 때 그 원인이 정말 코로나19 백신 때문인지 혹은 다른 백신이나 약물 때문인지 확인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현재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역시 수많은 경험을 통해 이상반응에 대한 노하우가 정립되어있어 다른 예방접종과 굳이 간격을 둘 이유가 없으며, 편의성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동시에 2가지 예방접종을 모두 하는 편을 권고한다.

특히 지금은 12월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이미 마쳤어야 할 시기이다. 혹시라도 당신이 65세 이상 연령층이거나 면역저하자, 감염취약시설 구성원과 같은 고위험군이거나 예방접종을 받을 마음은 있는데 아직 그럴 기회가 없었던 사람이라면 망설이지 말자. 65세 이상 연령층은 65세 미만 연령층보다 중증화율은 약 21배, 치명률은 약 40배나 높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증증화·사망 위험도 동시에 높아진다.

세상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것처럼 예방접종도 당신이 그 병에 걸려버린 후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오늘, 이미 저녁이라면 내일이라도,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백신주사를 양팔에 하나씩 꽂는, ‘동시 예방접종’을 추천한다.

강동윤 울산시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울산대병원 예방의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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