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강의 철새 축제
동천강의 철새 축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2.0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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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강을 찾았다. 겨울 철새들의 축제가 한창이었다. 강은 작은 물줄기를 따라 모래언덕 사이로 따뜻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흘렀다. 그 사이사이 백로류와 오리류, 붉은부리갈매기와 민물가마우지 등이 물에 발을 담그거나 따뜻하게 데워진 모래밭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몇 마리는 머리를 깃 속에 감추고 잠을 자고 있었다. 외다리로 서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햇볕을 쬐면서 이리저리 고개 돌려가며 깃 고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렇듯 가까운 곳에서 철새의 행동 변화를 다양하게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맛볼 수 없는 중구만의 일탈이자 낭만이다.

동천강은 자연생태의 강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워낙 남구의 태화강이 드러나다 보니 관심밖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도 울산의 대표 철새인 백로류와 까마귀류에 관심이 쏠린 탓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류전문가로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중요한 환경임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울산시와 남구에서는 떼까마귀의 월동지와 백로의 번식지에 관심을 집중해왔고 그러다 보니 각 구·군의 독창적 생태 환경에 관심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동천강 유역의 겨울 철새를 활용한 사업은 구정 홍보에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민의 정서 함양과 철새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

동천강에서는 매년 11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 약 2개월간 다양한 철새 무리를 관찰할 수 있다. 그동안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동천강을 찾는 겨울 철새들은 기온이 내려갈수록 모래밭으로 모여드는 습성이 있다. 이 점은 중구지역만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동천강의 철새 축제는 철새들 스스로가 연출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간섭할 필요가 없다. 중구청은 그런저런 상황을 홍보만 해도 된다. 늦은 감은 있으나 관심을 두고 꾸준히 운영한다면 중구만의 새롭고 알찬 연중행사가 될 수도 있다.

태화강은 곧바로 흘러가는 강이지만 동천강은 뱀이 지나가듯 굴곡을 이루며 흘러가는 강이다. 태화강이 동천강보다 더 깊고, 물이 잠시라도 모이는 소(沼)와 연(淵)이 있는 환경이라면, 동천강은 물이 고이지 않고 속으로 흘러가는 현상으로 모래톱이 태화강보다 두드러진다는 특징이 있다. 동천강의 모래톱은 높지도 낮지도 넓지도 않아서 마치 물결을 치듯 도드라진 모습을 하고 있다. 철새들은 이러한 환경을 더 좋아해서 떼를 지어 모여든다.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한두 가지만 간추리기로 한다. 먼저, 모래밭 사이로 흐르는 물길은 수중 포식자로부터 일차적 안전을 지켜주는 방어벽이라 할 수 있다. 그다음, 떼를 지어 모여있다는 것은 날짐승 포식자가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공포심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다. 철새들은 이런 점을 본능적으로 잘 활용한다.

태화강은 주로 물 위로 헤엄치는 물닭, 오리류, 민물가마우지 등 수면성 철새와 물속을 뒤적거리는 잠수성 철새가 먹이를 찾는 곳이다. 이에 반해 동천강 모래밭은 남아있는 백로류와 새로 찾아온 오리·갈매기류와 민물가마우지 무리가 햇볕을 쬐고 몸을 말리며 깃을 고르는 곳이다. 여러 종류의 검은 깃과 흰 깃이 서로 어우러지는 가운데 자연스레 축제의 장이 펼쳐지는 철새들의 낙원인 셈이다.

산책이나 운동을 하면서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동천강 철새들의 축제는 최고의 탐조 관광거리로도 제격일 것이다. 중구청이 이 대자연의 축복을 두루 알리면서 눈으로 즐길 여건도 같이 갖추어 나간다면 지역경제 활성화는 덤으로 따라오게 될 것이라 믿는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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