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제의 자연산책] 작약원(芍藥園)을 어떻게 할 것인가?
[조상제의 자연산책] 작약원(芍藥園)을 어떻게 할 것인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2.0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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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국가정원엔 화상(花相)들이 살고 있습니다. 화상이라? 모란이 화왕(花王)이라면 이 꽃은 화상입니다. 참으로 화려하기 그지없는 꽃이지요. 화왕이 꽃의 왕이라면 화상은 꽃의 재상(宰相)이지요. 재상의 화품(花品)이 가히 화왕만 못하다고는 할 수 없지요. 비록 재상은 왕을 돕는 벼슬아치에 불과하지만.

오늘은 꽃의 재상, 작약꽃입니다. 초등학교 때 아침 이슬을 머금은 수만 송이의 작약꽃 봉오리를 보고, 그 화려함과 오묘한 아름다움에 넋이 나간 적이 있죠. 아름다움에 대한 충격이었습니다.

그 감동을 못 잊어 가는 학교마다 정원에 작약을 심었습니다. 심고 또 심었지만, 기대한 만큼의 만족감은 얻지 못했습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요. 언제 꽃이 피었는가 싶으면 어느 순간 꽃은 지고 검붉은 잎과 줄기만 남으니, 그곳엔 한해살이 꽃으로 동거를 시킬 수밖에 없었죠. 더군다나 자리까지 차지하고 있으니, 뿌리가 깊지 않은 초화류와 동거를 강요할 수밖에요.

국가정원에도 화왕(花王)은 어디로 가고 화상(花相)은 채 6월을 못 넘기고 꽃이 떨어지고 잎은 말라 버리니, 벌 나비는 정처 없이 발길을 돌립니다. 말라 버린 잎과 줄기가 그 넓은 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7월에서 다음 해 싹이 올라올 때까지 버티고 있으니 국가정원을 찾는 이들에게 아쉬움을 더합니다. 한 달 남짓의 화려한 축제를 위해 일 년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나 잔인합니다.

조심스럽게 작약원에도 사이심기나 옮겨심기를 권해 봅니다.

‘사이심기’란 작약꽃이 지고 잎이 마르는 초여름에 마리골드나 샐비어 등 일년초를 작약 사이에 심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하면 작약 뿌리를 크게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늦가을 서리가 내릴 때까지 작약원에서 아름다운 꽃을 감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원 가꾸기에 있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연출하려면 사이심기와 옮겨심기는 기본입니다.

사이심기란 한해살이, 한두해살이, 여러해살이를 섞어 심어 여러해살이가 꽃이 지고 나면 이어서 한해살이나 한두해살이꽃이 피어 봄부터 가을까지 항상 정원에 꽃이 피어 있도록 연출하는 것이죠. 또한 생육 시기나 개화 시기가 다른 초화류를 심어 한 종류의 꽃이 진 다음에 또 다른 꽃이 피게 하여 정원에 꽃이 늘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저는 정원을 가꿀 때 여러해살이나 숙근초(宿根草) 사이에 반드시 한해살이 꽃을 수시로 심어 봄부터 가을에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아름다운 정원을 유지해 왔습니다. 어린 시절 콩밭에 사이심기를 한 잘 익은 수수를 수확하던 기억이 어머님의 모습과 겹치면서 진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작약원에 작약의 뿌리를 땅속에 두고 작약 뿌리 사이사이에 작약과 서로 보완적 관계에 있는 초화류를 찾아 심는다면 여름과 가을에 메마른 잎과 줄기만 남은 황량한 작약원이 아름다워지지 않겠습니까?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사이심기나 옮겨심기가 어려운 것은 거의 모든 정원 관리작업을 기계로 하기 때문입니다. 한두 곳도 아니고, 한두 평도 아니고 사이심기를 하려면 씨앗을 파종해 모종을 일일이 옮겨 심어야 하는데 얼마나 많은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겠어요?

그렇지만 옮겨심기를 하면 바람과 햇볕이 잘 통해 병충해도 적고 꽃도 훨씬 풍요롭게 자랍니다. 따라서 태화강 국가정원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국가정원이 전국적인 명소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정원에 지금보다는 더 많은 정성과 사랑이 담긴 옮겨심기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손길이 부족하다면 태화강 국가정원 가꾸기 봉사단을 모집해 보는 것은 어떨는지요? 애향심이 강하고 정원 가꾸기 경험이 있는 시민들을 수백 명쯤 모집하여 그들과 함께 국가정원을 가꾸어 가는 것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올가을 국가정원 여기저기에 피어 있는 노란 버들잎해바라기(골든 피라밋)의 사이심기는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화품 또한 최고였죠. 이 버들잎해바라기가 국가정원 사이심기의 시작이 되었으면 합니다. 기계작업만이 아닌 사이심기와 옮겨심기의 시작은 태화강 국가정원을 훨씬 더 풍요롭고 감동적인 정원으로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

조상제 태화강생태관광협의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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