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일가족 4명 참변’이 던진 교훈
‘울산 일가족 4명 참변’이 던진 교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2.03 1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눈과 귀를 의심케 한 끔찍한 사건이 지난 1일 울산에서 일어났다.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4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참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울산경찰청이 밝힌 사건 개요는 이랬다. 이날 오후 7시쯤 “학생이 등교하지 않았다”는 신고가 울산의 한 중학교에서 들어왔다. 경찰은 이 학생이 사는 아파트로 달려갔으나 이 집 40대 가장인 A씨는 문을 열어주지도 않고 자녀들이 집 안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경찰은 직접 확인하겠다며 문을 열어달라고 거듭 요청했으나 A씨는 이를 거부했고, 경찰은 현관문을 강제로 열기 위해 소방구조대에 도움을 청했다. 구조대가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집 안은 연기로 자욱했고, 방 안에는 A씨의 40대 아내와 중·고교생인 두 자녀가 숨진 상태였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이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정확한 사건 경위와 사망 원인은 주변인 진술과 부검을 거쳐 밝혀낼 것이다. 경찰은 현재 대기업 직원인 A씨가 경제적 문제로 고민하다가 가족을 먼저 숨지게 하고 스스로 극단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하는 중이다.

전송 기사는 이 정도에서 그친다. 그러나 TV 매체의 영상물은 좀 더 자세한 사실을 알려준다. 현관문에는 집세를 독촉하는 종이쪽들이 붙어 있었던 것으로 보아 A씨가 채무 문제로 몹시 괴로워한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이 사실을 빨리 간파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준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부부의 어느 한쪽이 상대방의 분신이 아니듯 자녀도 부모의 분신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느 목회자 한 분이 구약성경에 나오는 ‘시편 127편 3절’을 인용했다. “자식은 여호와의 주신 기업(선물)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 자식이 존중받아야 하는 독립된 인격체라는 말로 해석하고 싶다.

사업 실패를 비관하거나 빚 독촉에 시달려 극단선택을 하는 사례를 우리는 요즘 드물지 않게 본다. 이는 사회 안전망 어딘가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도 정부든 종교계든 학계든 의료계든 누구 하나 나서서 속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경찰의 대처도 미흡해 보인다. 이번 사건만 해도 채무 독촉에 시달리는 정황을 미리 가상했다면 출동 초기부터 좀 더 지혜로운 계획을 세우는 것이 옳았다고 본다. 소방구조대의 도움을 처음부터 받았다면 결과는 사뭇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행정기관도 뒷짐질 일은 아니라고 본다. 집배원이나 배달원을 활용하는 ‘위기가구 발굴·지원책’이나 ‘찾아가는 복지서비스’가 요란한 빈 수레가 되지 않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을 복지서비스의 틀을 야무지게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