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공사장 화재 예방, 말보단 실천을
[CEO 칼럼] 공사장 화재 예방, 말보단 실천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2.0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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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 속담에 ‘우는 고양이는 쥐를 잡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동물에 빗대었지만,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함을 이르는 말이다.

이제 수은주가 영하로 내려가는 겨울이다. 대기까지 건조하다 보니 화재 위험도 그만큼 더 커졌다. 소방청 통계를 보면, 2018∼2022년에 발생한 건설현장 화재는 3천286건이나 된다. 겨울철의 건설현장에서 화기를 다룰 때는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공사장에서는 2개 이상의 고체금속을 하나로 때우는 ‘용접’과 아크열 등으로 녹여 금속을 잘라내는 ‘용단’ 작업이 잦아진다. 이 작업을 겨울철에 할 때는 특별히 주의할 것이 있다. 불꽃, 충격마찰, 스파크, 정전기와 같은 점화원이 있는 곳에서는 인화성·가연성 물질을 여유 있게 격리하고, 같은 높이의 작업장에서는 불티를 11m 이상 격리해야 한다.

다른 공정의 작업자를 보호하는 조치로 작업구역을 정한 뒤에는 출입통제용 안전울타리와 화기작업 경고표지판도 설치해야 한다. 경보용 도구를 갖추어두고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경고·전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거에도 규모가 큰 건물을 시공할 때 지하에서 시작된 화재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못해 더 큰 피해로 이어진 사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특히 48명의 사상자를 낸 2020년의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를 잊어선 안 된다. 당시 지하에서는 우레탄 폼 작업과 엘리베이터 설치용 용접작업을 동시에 하다가 발포제를 첨가할 때 발생한 유증기에 불꽃이 튀는 바람에 대형 사고로 이어진 일이 있다.

필자는 무엇보다 안전관리자의 역할과 안전설비 사전구축의 교훈을 강조하고 싶다. 현실적으로 개별 공종(工種=공사의 종류)에 투입된 근로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작업에만 집중하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관리자는 현장의 전체적인 작업 운용 구도를 보고 적시적절(適時適切)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예로 든 사례처럼, 위험이 도사리는 상황이라면 공사일정이 늦춰지거나 비용이 더 들더라도 작업을 반드시 분리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도 당시 관리자는 이를 간과하고 말았다. 안전관리자는 중책을 수행하는 주요직위자다. 위험하다 싶으면 시공책임자나 발주처에 즉시 알려 공사일정 연장, 시공방법 변경, 추가비용 투자 등을 망설임 없이 검토해야 한다.

또, 아무리 신축현장이라고 할지라도 기초적인 얼개를 갖추고 임시소방시설 같은 안전대책도 정상 가동해야 한다. 그래야 공사 중에 불이 나더라도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초기 진화가 가능하다. 그런데도 실제로는 소화기에만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

끝으로, 작업장에서 근로자들이 추위를 피하려고 모닥불을 피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만약 그 근처에 스티로폼 단열재와 같은 가연성 자재가 있다면 불이 순식간에 옮겨붙을 수 있고, 화재로 이어지면 다량의 유독가스도 생기기 때문이다.

안전관리자는 모닥불이 추억이나 낭만의 상징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시키고, 그 대신 휴게공간에 난로나 온풍기를 설치해주고 그곳에서 안전하게 휴식하도록 해야 한다. 거기에다 보온팩과 따뜻한 음료도 제공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처럼 관리자는 겨울철에 실외기온과 체감온도를 재서 능률적이고 안전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편성할 필요가 있다. 공사장 화재 예방은 방심하지 않고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김정숙 울산여성경제인협회 총무이사, 배광건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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