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울산에 계시냐?” 묻지 마시길
“아직 울산에 계시냐?” 묻지 마시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2.03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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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당신은 호(號)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들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내가 호를 가질만한 자격이 있을까?”라고 지나쳤지만, “만약 호를 가지게 된다면 뭐라고 하지?” 생각한 적이 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울총’이다. 한자도 매우 어려운 울총(鬱蔥)은 ‘큰 나무들이 아주 빽빽하고 푸르게 우거져 있다’는 뜻이다. 물론 울산이 이처럼 사계절 내내 울창해져서 ‘대한민국의 중심이 되자!’라는 풀이도 맞다. 또한, 미래 ‘대한민국 어디서나 잘 사는 지방시대’에서도 울산이 최적지이며 수도권에 필적할 메가시티의 중심이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말한 울총은 울산총각을 줄인 말이다. 그만큼 울산에 대한 애착심과 자긍심은 그 누구보다 크다고 감히 자부한다. 서울에 가도 어디서나 울산 홍보대사로 자처하고 다녔다. 언젠가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 대전 본원 간부회의에서 “이 박사! 울산 스파이 아녜요?”라는 원장 얘기에 다들 한바탕 웃은 적도 있다. 어머니는 서울 평창동에, 아내는 대전 어은동에 거주한다. 아내가 울산에 내려오지 못하는 이유는 30여년간 반주자 대표로 봉사하고 있는 성당 때문이다. 주일 새벽미사는 물론이고, 평일미사와 장례미사 반주를 도맡아 하는 편이다. 이 지면을 빌려 아내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울산 지인들에게도 이해를 구한다.

어느덧 37년 5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오랜 시간 오직 화학연에서 한 우물만 팠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1986년 7월부터 화학연에서 근무하면서 석유화학산업의 고도화, 정밀화학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및 바이오화학산업 육성을 위한 과학기술 정책 수립을 위해 열심히 달렸다. 첫 근무지는 지금의 대덕연구개발특구 한국화학연구원이다. 나의 화학연 생활은 정확히 둘로 구분된다. 2006년 울산 초대센터장으로 임명되어 홀로 울산으로 내려올 때를 기점으로 그 전후로 나뉜다. 처음엔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1년여간 찜질방에서 생활하며 처절하게 근무했다. 2008년에 ‘울산명예시민’상을 받으며 “울산에 뼈를 묻자!”고 결심한다.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은, 중구 다운동에 정밀화학연구센터(2012년 3월 22일, 342억원)을 구축하고 유곡동에 바이오화학연구센터(2016년 3월 22일, 367억원)를 기획하여 유치한 일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화학 관련 국책연구기관인 화학연은 대전에 본원이 있으며 지역에 기반을 둔 본부조직은 울산이 유일하다. 그 결과 지금은 200여명의 연구원들이 근무하면서 훌륭한 성과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또한, 대산(2007년), 울산(2010년), 여수(2013년) 등 우리나라 3대 석유화학단지의 발전로드맵을 모두 총괄책임자로서 수립한 경험과 성과가 너무 자랑스럽다. 특히, 울산 RUPI사업단장으로서 1조 7천억원의 사업비가 수반되는 100대 액션플랜을 수립하여 다양한 사업들을 아직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1월 28일부로 화학연 명예연구원으로 남게 됐다. 말 그대로 명예직이다. 그러나 명확히 밝힌다. 아직 울산을 떠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차고 넘친다. 할 일이 많이 남았다. 먼저, 울산명예시민이며 울산광역시 전문경력인사다. 그리고 울산대학교 겸임교수도 맡고 있다. 울산과 밀접한 역할로는 RUPI사업단장을 비롯하여 화학네트워크포럼 소통위원장, 4차산업혁명 U포럼 위원장 겸 화학ICT융합분과 위원장, 에너지위원회 위원, 신성장동력산업추진 자문위원회 위원, 지역혁신협의회 위원장, 울산지역사업평가단 이사 등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책자문위원회 경제산업노동분과 위원, 지방시대위원회 위원, 부울경초광역경제포럼 자문단 위원장, 지방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 위원과 울산제일일보 독자위원장도 맡고 있다. 이 외에도 NGO 및 협회와 관련해서 ㈔소비자시민모임 감사(국가권익위원회), ㈔한국수소산업협회 고문(산업통상자원부), ㈔한국주차산업협회 중앙회 고문(국토교통부), ㈔한국방폭협회 홍보위원장(고용노동부), ㈔테크노섬나회 회장(울산광역시)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니 제발 “아직 울산에 계시냐?”고 묻지 마시길 부탁드린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4차산업혁명 U포럼 위원장·한국화학연구원 명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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