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詩]월급 / 이시향
[디카+詩]월급 / 이시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1.3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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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풀칠할 정도라도

받으니 망정이지

녹슬어가는 나이에

어디 가서 밥벌이하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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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철골 사이로 거미 한 마리가 거미줄을 치고 작은 벌레들을 사냥한 흔적이 보인다.

이시향 시인은 이 장면을 보고 곧 정년을 앞둔 직장인의 비애를 얘기한다.

직장에서 젊은 사람에게 밀려나는 상황에 월급을 올려달라는 말은 꺼내지도 못하고 그저 밥벌이한다는 것에 만족하며 사는 월급쟁이들의 이야기다.

사회 초년생 때는 포부도 크고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는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자기 자리를 지키는 데 급급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마주한다.

만만하지 않고 각박한 세상은 젊은이에게도 힘들지만 나이 든 사람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시시포스 형벌과도 같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형벌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들의 취업도 어려운 상황에서 중장년의 재취업을 생각하기에는 세계 경제가 너무나 혼란스러운 세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기미가 없고, 거기에 더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은 전 세계를 막장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석유 및 자원의 물가 상승 압력으로 생필품의 가격마저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가계 부담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경제 상황은 중장년의 삶을 옥죄어 퇴로가 없는 삶을 살게 한다.

거기에 노년의 마지막 생계 수단인 국민연금 개혁이라는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는 연금 개혁을 미룰 수도 그렇다고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기에도 걸림돌이 많다.

근래 일본에서는 대한민국 경제는 이제 더 이상 올라서지 못하고 내리막길만 남았다고 얘기한다.

일본의 망언이라고 보기에 현실이 너무나 좋지 않은 상황임은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럴 때일수록 과거를 돌아보는 온고지신(溫故知新)으로 역사적으로 어려운 일을 해결한 수많은 경험에서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찾아야 한다.

비록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새로운 거미줄을 치려고 노력하는 삶의 적극적 자세가 다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글=박동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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