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4.0 경주 지진이 다시 던진 교훈
규모 4.0 경주 지진이 다시 던진 교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1.30 2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0일 새벽녘, 느닷없는 경보음에 놀라 잠이 깬 시민들은 TV를 보고 다시 한번 놀랐을 것이다. 뉴스 채널 TV 자막에 ‘오전 4시 55분, 경주시 동남동쪽 19km 지역, 규모 4.3 지진 발생’이란 글귀가 떴기 때문이다.

2016년 9월 12일, 규모 5.8의 경주 지진을 몸소 겪은 울산시민 중에는 뜻밖의 지진 소식에 화들짝 놀라 문의 전화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도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울산소방본부가 집계한 울산지역 지진 문의 신고는 45건이었다.

지진이 감지된 시각(오전 4시 55분), 기상청은 ‘낙하물 주의, 국민재난안전포털 행동요령에 따라 대응, 여진 주의’란 긴급재난문자를 즉시 국민에게 내보냈다. 오전 5시 7분쯤에는 ‘경주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4.3 지진은 상세분석을 통해 규모 4.0으로 조정됨’이란 안내문자를 두 번째로 내보냈다.

울산지역에서 안전안내문자를 보낸 지자체는 울주군이 유일했던 것으로 보인다. 울주군은 이날 오전 5시 58분, 경주 지진 발생 소식과 함께 기상청 긴급재난문자와 똑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띄웠다. 다만 그 시각은 지진 발생 후 1시간 3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한편 이상민 행안부 장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이날 오전 8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주 지진 관련 중대본 회의를 주재했다. 회의 소집에 응한 것으로 보이는 울산시는 그러나 문자 메시지나 보도자료를 전혀 내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난문자 전송 문제는 경주에서도 구설에 올랐다. 언론 인터뷰에서 한 경주 시민은 “재난문자를 지진 직후 곧바로 보낸 기상청과 달리 경북도와 경주시는 뒤늦게 보내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경주시 관계자는 “기상청이 안내문자를 보낸 만큼 지진 자체보다 주민 대피 요령을 중심으로 안전문자를 보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경주시는 오전 5시 43분쯤 “흔들릴 때는 탁자 밑으로 대피, 건물 밖으로 나갈 때는 계단이용, 야외 넓은 곳으로 대피하세요”라는 대피 요령을 재난문자로 시민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그 시각은 경북도보다 58분이 늦은 시점이었다.

울산에서는 행정기관과는 달리 울산시교육청이 발 빠르게 움직여 대조를 이루었다. 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9시 천창수 교육감 주재하에 긴급회의를 열고 진행 상황을 꼼꼼하게 챙겼다. 긴급회의에 앞서 오전 6시에는 수업비상대책반을 소집했고, 오전 7시에는 모든 학교에 ‘지진 피해가 없으면 학사, 급식, 현장학습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도록’ 조치했다. 또한, 각 학교에는 여진 발생에 대비한 학생안전교육을 여건에 따라 진행하도록 독려했다.

이번 경주 지진은 유비무환의 교훈을 울산지역 공공기관에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각급 기관은, 평소는 물론 기관장 부재 시에도, 긴급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은지, 경주 지진을 반면교사로 삼기를 바란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