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지도 변천사
생활지도 변천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1.30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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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학생이었던 때가 있었다. 잘못했을 때는 그냥 맞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러한 매가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가는 둘째치고 사회적으로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게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았다.

며칠 전 이 주제로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한 선생님은 학창 시절 도움반 학생과 같은 모둠이 되어 싫은 티를 내서 선생님께 맞았다고 했다. 그 선생님은 매를 맞으면서 ‘아, 이런 것이 차별이구나. 앞으로 이런 행동을 하면 안 되겠다’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 문제로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데 다른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다. “그런데 선생님. 그 정도면 굳이 맞지 않고 말로만 이야기해도 충분히 변화했을 것 같은데요?”

헤겔은 모든 사물을 끊임없는 변화의 과정 속에 있다고 보았다. 그는 세계가 계속 움직이며 변화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원동력은 바로 대립과 갈등이다. 서로 다른 생각이 변화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어느 정도 누적되면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학교의 생활지도 또한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월적인 권위로 아이들을 훈육하는 방식은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갈등을 겪으며 폭력 대신 대화와 규칙으로 아이들을 지도하는 과정으로 변화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에 그 전환점은 서이초 사건이었던 것 같다. 필자의 짧은 필력으로는 뭐가 변했는지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사건 그 이후로 교사와 생활교육에 대한 질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 같다는 짐작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교실에서 학생이 수업 중 문제 행동을 일으켰을 때 이를 제재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마땅하지 않았다. 정확한 출처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가 아무리 흥분한 상태라고 하더라도 교실 밖으로 내보내면 안 된다고 들었다. 그래서 감정의 태풍으로 인해 격해진 아이와 마찬가지로 격앙될 수밖에 없는 교사가 한 공간에서 버텨야만 했다.

지난 9월 교육부는 학생생활지도 고시를 발표하면서 학생이 문제 행동을 할 때 누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지도할 것인지를 학교 현장에서 학칙으로 정하게 했다. 그런데 시도교육청들이 내놓는 가이드라인이 조금씩 달랐다. 그래서 구체적인 절차를 학칙으로 정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커지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었다.

울산광역시교육청에서는 학생이 문제 행동을 할 때 분리 조치의 인계 주체를 학교장으로 하고, 분리 장소에 교장실을 포함한 표준안을 각 학교로 발송했다. 사실 아이들을 교장실로 보낸다고 금쪽이가 금동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필자의 경험상 수업 도중에 격리해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분리 장소를 교장실로 하자고 하는 것, 관리자에게 문제 행동을 일으킨 학생을 잠시 맡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수업 현장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공감하며 대안을 찾자는 바람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들의 이런 어려움을 알고 함께 해결하자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내용인 것 같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0조의 3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학교의 장과 교원은 법 제20조의2에 따라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분야와 관련하여 조언, 상담, 주의,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 생활지도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를 수 있다. 교육부의 예시안도, 교육청의 표준안도 완전한 정답이 될 수는 없다. 각 학교의 상황에 맞게 합당한 근거를 통해 더 나은 대안을 함께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생활지도는 누군가 혼자서 맡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아이들을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할 때 조금씩 진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정창규 매곡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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