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소리 쓴소리] 담배 이야기 (上)
[단소리 쓴소리] 담배 이야기 (上)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1.2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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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개고기 식문화’ 못지않게 민감한 사회적 시빗거리의 하나는 ‘흡연 문화’가 아닐까 한다. 물론 그 답은 평자에 따라, 판단 잣대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

‘담배’란 말은 어디서 어떻게 유래했을까, 어원고(語源考)라면 서울신문 논설위원을 지낸 고(故) 박갑석 님을 빼놓을 수 없다. 이분이 1974년에 쓴 <어원수필(語源隨筆)을 잠시 들여다보자. “영어로 담배를 tobacco라 하는데, 가까운 일본에서도 ‘다바코(タバコ)’라고 한다. 그 어원에 대해 서인도제도의 ‘트리니다드(Trinidad)’ 북동부의 섬 ‘타바고(Tabago)’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고…”

잠깐, 여기서 ‘Tabago’는 ‘Tobago’의 오기(誤記)일지 모른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어쨌거나, 어원에 대한 이설(異說)은 제법 다양한 것 같다. 그중 하나가 16세기 무렵 일본을 들락거렸던 포르투갈 상인들이 쓰던 말 ‘타바코(Tabaco)’가 그 뿌리라는 설이다. ‘타바코’가 ‘담박고’로, 다시 ‘담배’로 바뀌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갑석 님의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재미있는 것은 그것을 받아들인 나라에서의 호칭이다, 프랑스에서는 ‘여왕초(女王草)’, 일본에서는 ‘남만초(南蠻草)’, 중국에서는 ‘반혼초(反魂草)’ 또는 ‘상사초(相思草)’로 불렸으며, 우리나라의 기록에는 ‘남령초(南靈草)’ 혹은 ‘남초(南草)’, ‘요초(妖草)’, ‘왜초(倭草)’ 따위가 남아 있음을 본다.”

그런 다음 이런 기록도 남긴다. “담배에 관한 최초의 기록이 <인조실록> 권 37에는 ‘南靈草 自丙辰丁巳年間 越海而來 人有服之者 不至於盛行 辛酉壬戌以來 無人不服’이라고 나온다. 즉 담배가 서기 1616년(丙辰)~1617년(丁巳)에 바다를 건너 들어와 이를 복용하는 자가 간혹 있었으나 그다지 성행하지는 않더니, 1621년(辛酉)~1622년(壬戌)에 이르러서는 복용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눈곱만한 차이는 있어도 ‘다음 백과’는 이렇게 풀이한다. “우리나라에는 1618년에 일본을 거쳐 들어왔거나 중국 북경을 내왕하던 상인들에 의해 도입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 재래종의 품종명이 일본에서 도입된 것은 ‘남초(南草)’·‘왜초(倭草)’라 하고, 베이징이나 그리스도교인에 의해 도입된 것은 ‘서초(西草)’라 부른 것을 보아 알 수 있다.” 1618년은 광해군 집권 10년 차가 되던 해다.

인조실록의 ‘南靈草(남령초)’는 한동안 대세를 이루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갑석 님은 지봉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峰類說)> 권 19에 오늘날에 쓰는 ‘담배’ 비슷한 말이 나온다고 친절히 안내한다. ‘淡婆姑草名 亦號南靈草 近歲始出倭國(=‘담바고’는 남령초라고도 하는데, 근년에 일본에서 온 것이다)’라는 대목이다.

그는 또 인조 때의 명신(名臣)이자 ‘우리나라 애연가의 시조’라 불리는 계곡 장유의 <계곡만필(谿谷漫筆)> 속 글귀도 족집게처럼 인용한다. ‘南靈草吸煙之法 本出日本 日本人謂之淡泊塊 言其草出南洋諸國云 我國自二十年前始有之’(=담배 피우는 법은 본디 일본에서 온 것이니, 일본 사람은 이를 ‘담박괴’라 한다. 이르기를 그 풀은 남양제국에서 난다는 것인데, 우리는 20년 전에 피우기를 시작했다.)라는 글귀가 그것이다.

그는 이어 <대동기년(大東紀年)>에 장유가 피우기 시작했다는 말과 함께 ‘담파괴(痰破塊)’라는 표기가 나온다고 설명한다. 박갑석 님은 생년(生年)이 1932년이고 중앙대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으니 한문(漢文)에도 일가견이 있었음이 틀림없다. 그는 다음 말로 지론의 마침표를 대신한다. “‘토바코’가 일본의 ‘다바코’를 거치고 다시 그것이 우리나라로 건너오는 사이 ‘담바구’ 같은 것으로 와전되어 다시 ‘담배’로 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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