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파수꾼] ‘다음’이 아니라 ‘처음’부터 조심하자!
[안전파수꾼] ‘다음’이 아니라 ‘처음’부터 조심하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1.2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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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대내외적으로 항상 무거운 뉴스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 전쟁, 물가 상승, 건설 경기 악화, 빈대 확산, 그리고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근로자의 안타까운 사망사고까지…. 내 업무와 연관이 있어서인지 유독 많이 찾아보는데, 안전업무를 맡은 담당자라면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안전보건 담당자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일까?” 혼자 이러한 질문을 반복하며 현 직장에서 5년간 안전업무에 몸담고 있다.

안전을 전공하지 않은 필자가 안전업무를 처음 맡았을 때는, 마치 발가벗겨져 맨땅에 내동댕이쳐졌다는 느낌이었다.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높은 곳에서 작업하면서 안전벨트를 착용 안 했는데 이유가 있나요?” 지적하면, “조금 전까지 잘 착용하고 있었는데 식사하고 와서 깜박했다. 다음부터 조심하겠다.”는 대답이 일반적인 건설현장의 모습이다. 그런데 “다음부터 조심하겠다”는 현장 근로자의 다짐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승강기는 건축물에 수직으로 설치되므로 추락 사고에 가장 취약하고, 그다음이 끼임(협착) 사고다. 2022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고, 위험성평가 강화, 안전조직 정비 등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부딪혀야 할 부분이 더 많아졌다. CEO를 포함한 임원진 모두가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고 현장점검 강도를 높이지만, 24시간 내내 불안하고 주말이나 야간에 걸려오는 전화벨 소리에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승강기 설치작업부터 시작하여 오랜 기간에 걸쳐 현장 곳곳을 찬찬히 돌아보고 나서 느끼는 것이 있었다. 현장 작업 근로자와 안전점검 담당자 간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 마치 칼과 방패와 같은 관계, 의사결정을 저해하는 관습과 관행. 이러한 부분을 타파하기 위해 안전성과를 이룩한 선진 기업들을 벤치마킹하고 일부 프로그램을 적용해 보았다. 그러나, 결국 돌아온 답은 “우리 조직에 맞는 안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가별, 업종별, 조직별로 다양한 문화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좋은 성과를 냈다는 특정 프로그램을 그대로 적용한다고 해서 절대로 동일한 효과를 낼 수는 없다.

불특정인에게 안전의 중요성에 대해 질문하면, 거의 모든 답변은 똑같다. 물론 현장 근로자들도 마찬가지임을 알면서도 실제 작업에서 불안전한 요소를 찾고 대책을 마련하는 부분에는 차이가 있다. 그러면 실제 교육은 어떤가? 대부분의 안전교육용 자료는 법규 내용을 중심으로 딱딱하고 지루한 느낌을 준다. 너무 무겁다. 안전을 언급하면 현장에서 한숨부터 내쉬는 근로자가 많다. 왜 이것이 중요한지를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법을 준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절차이며, 위반 시 불이익을 전면에 내세우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과태료와 벌점이 부과된다는 접근방식과 같다. 그러나 안전은 다르다.

안전의 핵심은 근로자가 죽거나 다치지 않고 근로 행위를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근로자는 왜 불안전한 요소와 대책을 파악하고 작업에 임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아울러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당사는 안전교육에 재미있는 캐릭터를 삽입하고 현장과의 소통에 IoT 기술을 활용하면서 안전 퀴즈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또한, 묵묵히 현장에서 안전을 준수하는 근로자에 대한 칭찬을 공식적으로 하고 있다. 이런 활동의 공통점은 안전의 눈높이를 현장에 맞추는 노력이다. 궁극적으로 소통의 중요성이며, 우리 조직에 잘 맞는 프로그램 개발에 지속적인 노력과 투자가 핵심이다.

필자가 안전업무를 시작한 2018년 6월부터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이메일 서명란 문구는, ‘Deep change or sudden death’다. 이 문구는 1996년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로버트 퀸 교수의 책에서 인용했다. 원문은 ‘Deep change or slow death’다. 필자는 ‘slow’를 ‘sudden’으로 바꿨다. 회사가 장기적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근원적으로 변화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서서히 도태된다. 그러나 안전에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사망사고 뉴스를 지금 바로 접할 수도 있다.

김경민 티케이엘리베이터 이사 ·안전보건경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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