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이래저래 중소기업은 큰 걱정이다
[독자칼럼] 이래저래 중소기업은 큰 걱정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1.2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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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울산 석유화학공단에서 공장가동을 멈추고 기계 및 설비, 장치를 정비하는 정수작업이 끝났다. 매년 하는 기업도 있고 격년제 또는 3~4년에 한 번 하는 기업도 있다. 필자 회사는 올해 S기업과 H기업의 정수작업을 맡았다. 다행히 전체 작업공정은 겹치지 않아 다행이었으나 일부 기간이 겹쳐졌다. 미리 대비했지만, 역시 기술인력 수급이 말썽을 부렸다. 몇 명이 약속을 안 지키고 다른 현장으로 간 것이다.

급하게 여기저기 전화한다. 사정도 해보고 협박도 해본다. 하지만 사람이 없다. 없는 줄 알면서도 투정을 부린다. 작년에는 포항이 수해(水害)를 크게 입어 빠져나가더니 올해는 평택, 서산, 당진 지역으로 몰렸다. 과거에는 산업현장이 울산과 여수공단으로 나뉘었다가, 수년 전부터 서산, 당진 지역이 뜨더니 최근에는 반도체산업의 활황으로 경기도 지역까지 확대되었다. 이른바 반도체와 이차전지 산업이 대세이며 공장 신설 및 추가 공장증설이 한창이다. 울산지역도 많은 공장에서 신·증설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큰 걱정이다. 고학력 시대와 3D 직종 기피 현상으로 현장 전문직을 이끌어갈 인재가 부족하다. 현장에는 70~80년대 한국경제의 부흥을 이끌던 60~70대가 아직 많은 부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사회생활 초반의 정상적인 직장을 구하기 전에 일시적인 아르바이트로 일용직을 선택한 젊은 사람들로 충당되고 있다. 30~40대 기술인력이 없다.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도 부족하고, 전문직을 이끌어갈 인재도 부족하다.

미래가 안 보여서일까? 고학력이어서 그럴까? 사회의 냉대(冷待) 때문일까?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국가적으로 출산장려 정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의 근간이 되는 기술인 양성도 정책에 반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반적인 건설현장이나 식당 등 서비스 직종이야 단순 작업이기에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의 기계설치, 배관, 특수용접, 전기, 계장계측, 소방설비 등의 전문인력은 아직 외국인 근로자의 기술적 신뢰도가 낮다. 그러니 현장적용이 쉽지 않고 사업주도 현장 고용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다.

아무리 유능한 로봇도 철 구조물을 설치할 수 없다. 전기선 연결과 건설현장에서 용접하거나 고장 난 설비를 수리해 다시 설치하는 등의 작업은 전문 기술자만이 할 수 있다. 사람이 직접 해야 한다. 하지만 대기업과 비교해 낮은 임금수준과 열악한 복지혜택은 배우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요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임금을 올려주지도 못한다. 피 말리는 수주 경쟁뿐만 아니라, 작업자의 기술 숙련도, 열정을 다하는 근로자가 많이 부족해 작업성과가 낮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기둔화로 원청회사는 원가절감을 외치기에, 많은 협력업체가 동참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비용을 더 요구할 수 없을뿐더러 살아남기 위해 눈치를 살피는 형편이다. 인력 부족 현상은 석유화학뿐만 아니라 비철금속과 조선해양 산업도 마찬가지다.

내년에는 더 걱정이다. 초대형 샤인 프로젝트로 많은 인력이 몰릴 것은 자명하다. 워낙 대규모 프로젝트다 보니 전국에서 몰려들 것이다. 시에서도 전폭적 지원을 하는 모양새다. 많은 고용효과가 있겠지만, 고용 소외를 겪는 현장도 생긴다. 인력수급을 걱정해 벌써 작업계획을 수정 혹은 축소하는 기업도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하는 작은 기업은 두 가지를 동시에 걱정해야 한다. 인력문제와 인력수급을 걱정해서 줄어드는 일거리 걱정이다. 이렇듯 경기둔화로 작업 물량은 줄어들고 작업할 기술자마저 품귀현상이라 걱정이 태산이다.

독일처럼 ‘쟁이’가 대우받는 세상, 블루칼라가 더 많은 근로 대가를 받는 세상이 되어야 서로 기술을 배우려 하지 않겠는가? 필자는 학교전공인 전자, 군대 주특기인 통신, 현재 직업인 전기를 융합하여 40여 년을 한길로 달려왔다. 현재는 조그만 회사를 운영하지만, “현장기술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앞으로 기술자가 더 대우받아야 한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하루빨리 울산경제의 재활성화와 더불어, 중소기업의 발전과 현장에서 땀 흘리는 근로자의 얼굴에 함박웃음꽃이 피는 세상을 꿈꿔 본다.

장정순 도하산업계전(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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