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곡천’은 일제 잔재, ‘반곡천’이라 써야”
“‘대곡천’은 일제 잔재, ‘반곡천’이라 써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1.2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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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2대 국보인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암각화’를 비켜 흐르는 내(川·천)의 이름은 ‘대곡천’이 아닌 ‘반구천’으로 표기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 반구천이 일제(日帝)의 잔재라는 이유에서다.

23일 오후 울산의 한 인터넷 대화방에 이런 질문이 올라왔다. “요즘 울산박물관 앞 행사 홍보 플래카드에 ‘반구천’이란 글이 있던데 반구대 암각화가 있는 대곡천을 어느 순간 그렇게 바꾸는 게 맞는 것인지? 변경 주체가 누구인지? 울산시민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러자 대화방의 다른 참여자가 즉시 댓글을 달았다. 울주군 언양읍 한실마을 이장을 지낸 이재권 씨였다. 반구천 일대의 지리와 역사에 밝은 그는 답글을 다음과 같이 올렸다. “2021년 문화재청에서 반구대 일대를 명승으로 지정할 때 조선 시대 지리지를 다 뒤져서 ‘대곡천’이 ‘반구천’으로 불렸던 것을 입증한 후 ‘국가명승 제120호 반구천 일원’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이 씨는 또 ‘대곡천’은 일제가 토지조사사업(1910~1918/나무위키)을 할 때 순우리말인 마을 이름 ‘한실’을 일본어로 표기할 수 없어 ‘대곡(大谷)’으로 지은 뒤 그 앞으로 흐르는 천(川)도 ‘대곡천(大谷川)’으로 작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제 잔재 청산 차원에서 (대곡천이란 표현의)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곡천’ 대신 ‘반구천(盤龜川)’이라 표현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이재권 전 이장의 지론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규성 울산박물관장도 이 씨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조 관장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나서고 있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두 국보 암각화의 공식 명칭을 ‘반구천의 암각화’라고 못 박은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아는 울산시민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어떤 인터넷 백과사전마저 ‘대곡천’이란 표현을 그대로 쓰기도 한다.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을 지나는 태화강의 지류 대곡천의 암벽에 새겨진 암각화이다.’ 최근의 수정 날짜가 ‘2023년 11월 7일’이라고 밝힌 어느 인터넷 백과사전의 설명이다.

앞서 이재권 전 이장은 반구천이 ‘태화강 지류’가 아니라 ‘태화강 본류’라는 주장도 같이 폈다. 백운산 탑골샘에서 발원하는 반구천이 가지산 쌀바위에서 발원하는 남천보다 천(川)의 길이가 더 길어 태화강의 지류(支流)가 아닌 본류(本流)라는 것이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그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더욱이 지리적 명칭에 일제 강점기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면 서둘러 지워 없애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 된 도리라고 생각한다. 이 일에는 울산시민뿐만 아니라 인터넷 매체도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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