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자의 발효 이야기 ①] 발효는 마법이다
[이인자의 발효 이야기 ①] 발효는 마법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1.2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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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는 식문화와 미생물의 마법 같은 상호작용을 통해 우리의 삶에 풍요로움을 더해주는 과정입니다. 토쿄농업대학의 고이즈미 타케오 교수는 발효를 “마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는 발효의 복잡성과 미생물의 역할이 마치 마법과 같이 신비로운 것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발효는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미생물의 활동이 사람에게 유익한 결과물을 제공할 때는 ‘발효’라고 하고, 사람에게 해로운 결과물을 생산할 때는 ‘부패’라고 합니다. 이 미묘한 차이는 종이 한 장으로도 표현하기 어렵다고 할 정도로 발효와 부패는 음식의 맛과 향에서 모호한 경계를 보여줍니다.

발효는 음식뿐만 아니라 화학제품, 의약품, 환경 정화, 축산폐수 처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항생제부터 비타민, 아미노산, 항암제까지 다양한 제품은 발효 미생물을 기반으로 생산되어 인간 건강과 삶의 연장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발효는 일상생활에도 깊게 자리하고 있어 세탁물 세제에서부터 다양한 제품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미생물은 발효의 핵심 주인공으로, 지구상의 거의 모든 장소에서 존재합니다. ‘발효균’이라 불리는 작은 미생물들은 알코올 발효, 식초 발효, 유산 발효 등 다양한 형태의 발효 과정을 이끌어냅니다. 발효는 식문화의 중요한 주인공으로, 인류가 최초로 발효 미생물을 이용하여 발효 식품을 만든 것은 약 6천 년 전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이었습니다. 이들은 동물의 젖을 발효를 통해 보존하는 방법을 개척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발효유를 처음 얻었습니다.

한반도의 발효 식문화는 지역 특성과 역사 배경에서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지역의 다양한 기후와 지형이 발효 식문화의 이상적인 발전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남쪽은 따뜻하고 다양한 발효 식품이 발전하는 반면, 북쪽은 추운 겨울에도 보존이 잘되는 식품이 발달했습니다.

바닷가에서 생산되는 발효 액젓들은 한국 요리에 특별한 맛과 향을 부여하는 역할을 합니다. 김치, 된장, 고추장, 간장, 까나리 액젓 등의 다양한 발효 식품은 한국 요리의 핵심을 이루며, 건강에 이로운 맛과 향을 제공합니다. 특히, 경북 안동지방에서는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발효문화가 더욱 발전했습니다. 예컨대 안동식혜, 헛제삿밥, 등겨장(시금장)과 같은 고유한 발효 식품은 전통을 이어가는 향토 발효 식품입니다. 발효 식품은 유교적 가치 중 ‘예(禮, 예식)’와 관련이 깊어 예절을 갖춘 음식을 소중히 여깁니다.

한반도 지역의 흙과 자연, 미생물의 목소리를 듣는 중에서 발효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탐구하는 것은 우리의 고유한 문화유산을 이해하고 보존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이번 칼럼 연재를 시작으로 이를 구현해보고 싶습니다. (②로 이어짐)

이인자 <하늘밥상 소금누룩>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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