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왕의 평생교육 Letter] 자존심과 자존감
[신기왕의 평생교육 Letter] 자존심과 자존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1.2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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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부유하고 많이 배웠으며 자존심 또한 강한 사람이었다. 그는 다들 부러워하는 사람도 시시하다고 여겼다.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매섭게 호통을 치며 자신은 물론 타인의 실수에도 가혹했다. 자존심이 상할 때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자신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사람과의 관계는 단칼에 끊었다. 조금 과장된 면이 있지만 자존심이 강한 사람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존심이 없는 사람은 다른 이들에게 나약하고 무력한 존재로 인식되기도 한다.

몇 년 전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라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었다. ‘가오’는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비굴해지지 않을 최후의 보루라는 의미로 자존심과 같은 표현으로 보인다. 자존심은 자신의 가치와 능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의미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자존심은 타인을 경쟁 관계에서 바라보는 자신에 대한 믿음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경쟁에서 이기면 ‘자존심을 회복했다.’고 하고 지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자존심은 자신을 자신답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자존심과 비슷한 개념으로 자존감이 있다. 자존심이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이라면 자존감은 자기 자신을 그 자체로 존중하고 자신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여기는 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녀들이 자존심을 꺾여선 안 된다며 다른 자녀들이 하는 것은 우리 아이도 다 해주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자녀들에게 자존심을 키워주기보다는 자존감을 키우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자존감은 남과 비교될 수 없는 자신만의 독특한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다, 자존감은 표현하기 힘든 자기 내면의 기쁨이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실패하더라고 그것을 통해 배우고 실패를 극복할 내공을 가지게 된다.

자존감은 자기성찰을 통해 커나간다. 자기성찰은 자신에 대한 존재의 가치와 존엄을 발견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살피고 성찰을 통해 타인들이 가지지 못하는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자신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자존감이 높아지면 상대를 경쟁 관계로 바라보는 시각 때문에 발생하는 열등의식도 사라지게 된다. 자존감이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한 것을 칭찬할 여유도 없고 모든 문제를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부족한 것을 알고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을 통해 배우려고 한다.

자존감과 대비되는 것으로 ‘더닝크루거(Dunning-Kruger) 효과’라는 게 있다. ’더닝크루거 효과‘는 무지할수록 더 강한 자신감을 가진다는 인지편향(cognition bias)에 관한 이론이다.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잘못된 결정을 내려서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지만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현상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자기 자신의 능력을 과장하는 형태가 SNS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잘못을 판단하지 못하면서 자신의 주장만 늘어놓는 사람도 많아졌다.

자존감이 강한 사람은 한마디로 ‘철이 든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생의 본질을 깨닫고 겸손하고 성숙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존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는 시련을 자양분 삼았고 자신을 있게 한 하느님(神)에게 감사했다. 그는 자신의 꿈을 향해 최선을 다했고 그것에 보람과 가치를 느꼈다. 그는 능력이 없는 사람의 자신에 찬 말에 휘둘리기보다 함께 사는 사람들과 작은 것을 나누며 소소한 일에 행복을 느끼며 살았다. 자존감이 강한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

신기왕 교육학박사, 울산연구원 책임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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