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노리는 조폭, 사회가 맞서야
학생 노리는 조폭, 사회가 맞서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1.21 2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사회가 병들어 간다는 징표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유흥가를 벗어나 안방까지 넘보는 마약류의 확산이 대표적일 것이다. 학교 울타리 안으로 파고드는 폭력은 또 다른 하나의 징표일 수 있다.

폭력은 폭력을 낳기 마련이다. 그리고 우리는 폭력이 학교 울타리 안팎을 넘나드는 현상을 ‘학교폭력’이라고 규정짓기를 즐긴다. 어찌 보면 학교폭력은 사회폭력의 씨앗이다. 학교폭력이 기승을 부릴 때 학교는 사회폭력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사례의 한 단면이 최근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울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신흥 폭력조직을 만들어 각종 불법행위에 가담한 울산지역 폭력조직원 59명과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다른 지역 폭력조직원 36명 등 95명을 검거하고 주요 가담자 16명을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붙잡힌 폭력조직원 가운데 44명은 울산지역 신흥 폭력조직 A파의 조직원들이다. 기존 폭력조직에서 활동하던 이들은 지난해 그 조직에서 뛰쳐나와 새로운 조직을 결성하고 20대 조직원과 10대 청소년들까지 대거 끌어들였다. ‘10대 청소년들까지 영입했다’는 경찰 발표는 귀를 의심케 한다.

발표 내용을 한 번 더 들여다보자. “이들은 울산지역 번화가 일대에 모여 90도로 인사를 하는 등 세력을 과시하고, 조직의 기강을 잡겠다며 다수의 시민이 다니는 곳에서 문신을 드러낸 채 후배 조직원들을 수차례 폭행하기도 했다.” 신흥 폭력조직원들이 전에 속해있던 조직 내 선배를 폭행하고 집단 난동을 부렸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은 지난해 4월의 일이었다.

여기서 ‘조직 내 선배’는 새내기 조직원들에게 불법행위 수법을 가르친 ‘행동대장’이었고 새내기 집단 난동의 이유는 ‘이권 독식’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소위 ‘MZ 조폭’으로도 불리는 신흥 폭력조직의 구성원 중에 10대 청소년들도 끼어 있었다는 사실은 예사로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10대 청소년이 폭력배 행세를 한다는 것은 영화에서나 있음직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이번 사건에서도 보았듯이 ‘학생 깡패’는 현재진행형의 주역이 되기도 한다. ‘학교가 사회폭력의 온상’이란 말도 그리 과장된 표현은 아니다.

10대 청소년들이, 자의든 타의든, 검은 유혹에 빠져들지 않도록 하는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때다. 이들이 ‘M파’, ‘G파’ ‘MZ파’니 하는 폭력조직의 세포가 되는 순간부터는 백약이 무효일지 모른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되는 것은 ‘눈 깜짝할 사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새로 개업한 업소에서, 고리 사채와 같은 이권이 달린 가림막 뒤에 숨어 저지르는 폭력조직원들의 독버섯 같은 행패는 긴 설명이 필요 없지 싶다. 이 우려스러운 문제를 풀기 위해 우리 사회 전체가 호흡을 같이해야 한다. 그 중심에 검경이 서고, 학교와 지역사회도 어깨를 나란히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