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사유의 방’이 펼쳐지다
국립중앙박물관‘사유의 방’이 펼쳐지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1.2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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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허락할 때면 발걸음은 박물관이나 미술관 전시실을 향한다. 작가의 창작물 앞에서 무언의 대화는 이어진다.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고 작가의 작품 뒷면을 유추해 본다. 또 다른 세계로 끌려드는 시간. 작품 앞에 서면 그 과정을 고스란히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느낌으로 전해진다. 시작과 끝은 언제나 하나로 연결된다.

동구 천혜의 자원과 함께 하는 문화 공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역 카페와 연계한 지역 환원 인문학 사업이다. 우린 박물관을 관람하고도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얘기들을 도슨트를 통해 직접 들어보는 기회가 동구에서 마련되었다. 가지 않고도 만날 수 있고 또 들어두면 다음에는 더 가치를 발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꽤 흥미 있는 인문학 사업이 동구로 날아들어 관심이 간다.

‘카페에서 만나는 국립중앙박물관’ 프로그램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도슨트 4명을 초청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박물관의 기획전시와 관련된 작가와 역사, 유물 이야기를 듣고 나누어 보는 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다. 1강은 카페에서 만나는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2강은 카페에서 만나는 ‘사유의 방’, 3강은 카페에서 만나는 ‘도자공예실’, 4강은 카페에서 만나는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란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

2강 시간에 바다가 보이는 빵파제카페를 찾았다. 햇살도 창안이 궁금했을까 기웃거리고 있다. 많은 사람이 자리를 잡고는 도슨트의 진솔한 얘기들에 귀를 쫑긋하고 있다. 창문 밖은 파도가 철썩이지만,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카페 안 스크린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옮겨 오자 사유의 방’이 펼쳐진다.

시작은 “사유의 방, 공간 이야기”로 진행되었다. 반가사유상 78호와 83호 두 점이 박물관 사유의 방에 앉기까지의 얘기는 짝사랑하던 그녀를 곁에 두고 만나는 기분이라 했다. ‘루브르박물관’ 하면 ‘모나리자’가 떠오르듯, 1년 관람객이 300만이 넘는 ‘국립중앙박물관’ 하면 ‘반가사유상’이 떠올라 캐릭터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사유의 방’은 오래된 사찰의 위엄을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꾸몄다고 한다. 2만여 개 천정의 빛과 둥근 흙 벽면, 바닥의 경사, 깊숙이 이어지는 동선, 정면이 아닌 측면의 배치, 금동반가사유상 2점 전체를 관람할 수 있는 동선, 보는 각도에 따라 부드러움과 근엄함을 보여 주려 고뇌한 뒷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주제는 “사유의 방 국보 이야기”로 진행되었다. 빼어난 조형미를 자랑하는 소중한 우리 국보 부처님 두 분을 한 방에 모셔 놓아 비교하면서 볼 수 있도록 배치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반가사유상을 브랜딩하기 위해 칸막이 유리를 일부러 두지 않았고, 반사되는 빛이 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했다는 것도 도슨트의 말을 듣고 알게 되었다. 유물을 전시하는 형태에서 전에 없는 새로운 시도였고, 관람객에게 편안하게 다가오도록 배려하는 전시라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다음은 반가사유상의 2천400년 전 스토리를 듣는 시간이기도 했다. ‘금동반가사유상’은 삼국시대인 6세기 후반에서 7세기 초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히 언제, 어디서 만들어졌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신라 시대에 제작되었다는 것이 통설이라는 사실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박물관에 가서도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도슨트를 통해 느끼게 된다.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더 깊게 볼 수 있었을 텐데…. 갑자기 ‘사유의 방’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다시 가게 되면 오랜 시간 고스란히 느낌을 받고 올 것 같다.

사유(思惟)란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다. 마음을 열어 두루 어루만져 보는 시간을 함께 누려 보자. 주변을 통해 함께 나누며 즐기는 시간으로 담아 보자. 하나의 질그릇을 생각한다. 질그릇이 되기까지의 시간들. 밥이 담기면 밥그릇, 물이 담기면 물그릇, 아무것도 담지 않으면 빈 그릇으로 남게 된다. 우린 내 안에 어떤 것을 담을 것인지 늘 고민한다. 모처럼 동구의 그릇에 담긴 것이 그득하여 가지에 떨고 있는 잎들을 봐도 흔들림이 일지 않는다.

김뱅상 시인·현대중공업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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