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다회용 컵’의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며
울산 ‘다회용 컵’의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1.19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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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체계화된 다회용(多回用) 컵 대여서비스가 처음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재작년부터다. 일회용 컵에 대한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배달 등 비대면 소비가 폭증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의 관심이 높아졌고, 그것이 탈(脫) 플라스틱 정책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것이 최근 국내 다회용 컵의 등장 배경이다.

실제 환경부는 2020년 12월 ‘생활폐기물 脫플라스틱 대책’을 통해 공공기관(2.8만 개) 사무실, 회의·행사 등에서 1회용품 사용을 제한하고, 다회용 배달용기 대여서비스 시범사업을 추진·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듬해 12월 환경부는 구체적인 다회용기 사용 시범사업 추진계획을 포함한 ‘한국형(K) 순환경제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커피전문점(제주도 스타벅스), 장례식장(충남도립병원 4개소), 배달음식점(경기 화성), 영화관 등과 ‘1회용기 없는 도시’ 자발적 협약 시범사업을 통해 성공모델을 발굴하고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후 환경부는 2022년 한 해 동안 전국 9개 지자체에 약 54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여 다회용기 대여서비스와 세척장 건립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시범사업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견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시민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위생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또 시범사업 주체마다 각기 다른 모양과 크기의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것도 문제였다. 이는 무인반납기나 회수·세척 공정의 호환성과 효율성을 저해하는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환경부는 2022년 10월 ‘전주기 脫프라스틱 대책’을 발표했다. 폐플라스틱 감량을 위한 다양한 과제가 제안되었고 그중 ‘다회용기 대체 기반 조성’ 사업이 포함되었다. 이 사업의 핵심은 다회용기 제작·사용 표준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다회용기 대여·세척 서비스 인증제를 도입하는 것이었다. 앞서 언급한 다회용기의 위생 문제와 표준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치였다. 드디어 2023년 7월 환경부는 그간 시행한 시범사업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회용기 위생기준 가이드라인’과 ‘다회용기 보급 국고보조사업 유형별 실행지침(안)’을 발표했다. 「식품위생법」에 따른 기구·용기·포장 기준 및 규격에 적합한 다회용 컵을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처럼 3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국내 다회용 컵 대여서비스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 사이 전국적으로 다수의 시범사업이 추진되면서 해피해빗, 트레쉬버스터즈, 그린업, 라라워시, 뽀득, 행복브릿지, 리턴미 등 다양한 다회용 컵 대여서비스 업체가 생겨났다. 우리 시도 2022년 5월 울산 최초의 다회용 컵인 ‘도돌이컵’ 시범사업을 선보였다. 아쉽게 지역 내 전문 업체의 부재로 체계화된 다회용 컵 회수·세척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반쪽짜리 시범사업이었지만, 시민사회의 관심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 반쪽짜리 시범사업을 극복하고 우리 시에 최적화된 순환컵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행안부와 과기부가 공모하는 ‘주민공감 현장문제 해결사업’에 우리 시 다회용 컵 서비스 고도화 사업이 선정된 것이다. 2023년 6월부터 내년 9월까지 추진되는 이 연구사업(사용자 친화적 순환컵 서비스 고도화 및 전과정 환경평가 도구 개발)은 울산과학기술원 이승호 교수가 연구책임을 맡고, 울산시 자원순환과와 함께 수행한다.

울산시청사 주변과 울산과학기술원의 카페를 대상으로 순환컵서비스 실증사업을 추진해 그간 지적된 컵분실, 보증금, 복잡한 반납 시스템 등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 대표 민간업체인 그린업(순환컵 서비스 제공)과 트래쉬버스터즈(세척과정 제공)도 참여하고 있어 체감도 높은 연구 결과가 기대된다. 부디 내달부터 시행되는 실증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울산을 넘어 세계를 대표할 수 있는 최적화된 순환컵 서비스 모델이 개발되길 희망한다.

김희종 울산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장· 재난안전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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