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마두희축제’
내가 꿈꾸는 ‘마두희축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1.1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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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울산시 중구에서 공개한 분석자료 가운데 꽤 흥미로운 내용이 하나 있었다. 바로 지난해 11월 통신사의 유동 인구 데이터와 신용카드사의 카드 소비 데이터를 활용해 마두희축제 기간 원도심 방문 인구 및 소비 특성을 파악한 내용이었다. 중구를 대표하는 축제로 방문객들이 넘쳐났던 만큼 당연히 축제 기간 원도심 상권의 매출이 월등히 올라갔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봤더니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됐다.

2019년 마두희 축제나 지난해 마두희 축제나 마두희축제 기간과 축제 기간이 아닌 일반 주말 간의 소비를 비교해봤더니, 마두희축제도 주말에 열리는 만큼 축제 기간이 아닌 주말과 비교했을 때 소비가 월등히 늘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2019년이나 지난해나 축제 기간 원도심 최고 매출액은 그 전 주나 이후 주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었던 것. 당시 중구 담당자로부터 덤덤하게 분석자료를 건네받았지만 시쳇말로 살짝 멘붕이 왔었다. 동구 주민인 내가 그러했는데 그동안 주로 축제를 통해 원도심 상권 활성화에 힘써왔던 중구는 오죽했을까.

이런 와중에 얼마 전 한 술자리에서 지인으로부터 꽤 쌈박한 제안을 하나 듣게 됐다. ‘마두희’의 뜻이 그렇듯 두 편으로 나누어 줄다리기를 하는 게 본질인 마두희축제에 우승상금 3억원만 걸면 전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축제(경기) 참가를 위해 울산 중구로 몰려들 것이라는 것. 그러니까 축제 기간을 아예 한 달 정도로 잡고, 10명씩 한 팀으로 해서 참가 신청을 받아 예선부터 결승까지 치르게 되면 몰려드는 참가자들과 경기 관람객들이 중구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지금보다 훨씬 나을 거라는 이야기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크게 공감했지만 그날 이후 생각이 조금씩 더해지다 보니 난 그의 제안이 가히 ‘혁명적’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사실 산업수도 울산에서 개최되는 수많은 축제들 가운데 마두희축제(태화강마두희축제)가 특별한 이유는 축제 안에 ‘승부’가 있다는 것. 물론 다른 축제들도 다들 훌륭하지만 대부분 보여주고 보는 축제에 그친다. 하지만 마두희축제는 편을 나눠 줄다리기 경기를 하면서 승부를 벌인다는 점에서 서로 줄을 당길 때의 그 순간만큼 대단히 역동적이다. 거기다 줄다리기가 어떤 경기인가? 몇 해 전,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한국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종목이었지 않나. 이미 전 세계인들도 한국의 전통놀이인 줄다리기를 알고 있는 만큼 거액의 우승상금만 내건다면 모르긴 몰라도 울산 중구, 아니 울산광역시 전체의 글로벌화까지도 따논 당상이라고 하면 나의 지나친 망상일까? 허나 ‘월드컵’이 왜 세계 최대 축제이겠는가. 거기엔 세계인들이 다 좋아하는 축구라는 스포츠와 승부가 있고, 상금을 비롯해 우승 국가에 대해 어마어마한 보상과 명예가 주어지기 때문 아니던가. “지난해에 이어 00팀이 올해 마두희축제에서도 우승할 거야”나 “올해 대회에선 00팀이 제일 유력해” 등등 너도나도 올해 마두희축제 우승팀을 예상하는 글들이 인터넷을 뒤덮는다고 생각해 보자. 벌써부터 즐겁지 않나?

물론 예산부족에 시달리는 중구로선 쉽지 않은 일이다. 해서 남녀 구분해 우승상금으로 각각 1억원씩만 내걸어도 크게 뜰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아니, 일단 시작해서 가능성만 입증되면 우승상금을 마련하는 것쯤은 문제가 아닐 듯하다.

충남 당진시 등에서도 줄다리기 축제가 열리지만 ‘마두희’라는 독보적이고 멋진 이름만큼이나 울산 중구의 줄다리기는 유서가 깊다고 한다. 왠지 지금 이대로 가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오징어 게임> 시즌2의 방영일도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데 말이지.

이상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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