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사람을 만나 인연(因緣)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물론 혼자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기는 하나, 이 역시 세상을 살아가다 생긴 인연을 끊기 위함이므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인연에 의하여 결정 나는 듯하다. 그러면 좋은 인연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인연을 맺기도 하고, 많은 인연을 잊기도 한다.

그 인연 중에는 좋아하는 사람도 생기고, 싫어하는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도, 미워하는 사람도 생긴다. 누구를 사랑하거나 좋아한다고 얘기할 때 자신의 그른 말과 행동의 의미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너를 사랑해!”, “너를 좋아해!”, 또는 칭찬하는 많은 말의 의미가 정확하게는 그런 말로 상대를 나의 틀에 맞추려 하는 것이 아닌지, 우리가 상대에게 하는 좋은 말들의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상대에게 좋은 말을 했으나, 만약 상대가 나의 틀에 맞춰지지 않으면 상대를 비난하거나 내버려 두어 길들이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 행동을 한 번쯤 살펴봐야 한다. 나의 틀에 맞추려고 한 좋은 말은 나의 최면 또는 착각으로 자신은 정당하게 느끼는 감정의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객관적 입장에서는 상대를 좋아한 것도 아니고 사랑한 것도 아닌 상대를 소유하려고 하는 숨겨진 이기심이다. 이 또한 자신은 상대에게 맞춰갈 생각이 없어서일 확률이 아주 높다. 결국은 나의 틀에 상대를 끼워 맞추려 하는 이기적 행동이다.

억지로 끼워 맞추기 위해 하는 행동은 상대의 어리석음을 인질 삼아 상대의 감정을 마음대로 재단하거나 내가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그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나중에는 상대를 비난하고, 나의 틀에 맞지 않는 상대를 비꼬면서 자기가 우울하다고 우기는 결과까지 초래한다. 상대가 내 틀에 들어오지 않을 때는 자주 “내 경험에 비추어 이렇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며 상대를 계속해 내 틀에 밀어 넣는다. 이러면 좋은 인연을 상대로 가스라이팅 같은 행동을 하게 되어 그 인연을 잃게 된다. 살아가면서 만들어지는 인연을 대할 때 나의 경험 때문에 가지고 있는 나의 틀이 옳은 일만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자.

이제는 반대로 내가 누군가의 틀에 맞추려 하는 행동이다. 우리는 부끄러운 일이 생기면 밖으로 꺼내 놓고 상대에게 지지를 호소한다. 그러나 상대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면 안으로 숨기기 시작한다. 좋아하는 또는 사랑하는 상대에게 인정받으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별짓을 다 하게 될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소크라테스가 말한 것처럼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

자신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자신의 많은 감정에 모두 일일이 반응하지는 않는다. 나의 감정 즉 생각과 행동과 말에 인연이 반응하지 않으면 우리는 대부분 감정을 숨기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감정을 지속해서 표현할 수는 없다. 정말 인연을 만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은 체스판의 말과 같은 삶이다. 좋은 인연을 만드는 것은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지, 많은 인연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다.

좋은 인연은 세상이 그나마 뜻대로 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틀에 남을 억지로 맞추려 하지 않고 상대에게 좋은 칭찬을 많이 해줘야 한다. 남의 틀에 나를 억지로 맞추려 하지 않고, 자신에게 칭찬을 많이 해 책임지는 자존감을 가지고 공동의 틀에 들락거릴 수 있는 자신이 되면, 좋은 인연이 지속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최상복 ㈜인포쉐어 이사,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