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신세’박상진의사 동상,언제까지?
‘창고 신세’박상진의사 동상,언제까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1.1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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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연합뉴스 울산 취재팀이 내보낸 한 건의 기획기사와 사진은 그분을 기리는 이들의 가슴을 무척 아프게 한다. 울산의 자부심인 독립운동가 박상진 의사의 기념 동상이 창고 속에서 녹슬어 간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6년째 창고에 갇힌 독립운동가 박상진 동상, 5년 더 방치될 처지’ ‘북정공원 없어지며 창고로…역사문화공원 미뤄지며 보관 기간 연장’ ‘박 의사 증손 “죄스러운 일…하루빨리 시민 품으로 돌려보내야.”’ 사진 설명도 울컥하는 심정에 불을 지핀다. ‘울산 중구 재활용센터에 보관된 동상’ ‘재활용센터 바깥에 보관된 추모비와 동상 받침대’.… 긴 설명 없이도 대충 어떤 상황인지, 짐작하게 해준다.

보도에 따르면 울산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박상진 의사의 동상과 추모비는 약 6년 전인 2017년 11월 중구 재활용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동상이 자리 잡고 있던 중구 북정공원이 울산시립미술관 건립용지에 포함되면서 자리를 지키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마땅한 이전 장소를 찾지 못했던 중구청은 궁여지책으로 박 의사의 동상과 추모비를 중구 재활용센터로 옮겨 보관해 왔다. 시립미술관 부근의 주택재개발사업이 마무리되면 재개발구역 안에 들어설 ‘역사문화공원’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이전 설치 계획은 다시 5년 뒤로 미뤄지게 됐다. ‘5년 더 방치될 처지’라는 소제목이 그래서 달렸다.

문제는 더 있다. 박 의사의 동상과 추모비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이다. 기사를 따라가 보자. “창고 바깥 오른쪽 벽에는 회색 포장재에 싸인 동상 받침대가 청소용품함과 나란히 섰고, 동상과 함께 옮겨진 추모비는 의류 수거함, 빈 음식물쓰레기통과 한데 모여 있었다.”

그러나 관리 책임이 있는 중구청은 관리 상태가 최적의 상황에 있는 것처럼 해명한다. “지금 동상은 실내에서 보관하고 있고, 실외에 있는 동상 받침대와 추모비도 마감처리 후 포장재를 잘 덮어 보관 중이다.” 중구청 관계자가 인터뷰에서 했다는 말이다.

그러자 박 의사의 증손 박중훈 선생이 뼈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선배 시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뜻깊은 동상인 만큼 마냥 창고에만 두는 건 죄스러운 일이다. 동상을 10년이나 창고에 보관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하루빨리 시민들 품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나?”

박상진 의사의 동상은 울산청년회의소(울산JC)가 박 의사의 항일독립운동 업적을 기리고 숭고한 독립 정신을 후손에게 알리기 위해 1982년 중구 옥교동 JC동산에 건립한 조형물이다. 박 의사의 동상과 추모비를 10년 넘게 창고에서 녹슬게 놔둔다는 것은 기증 단체로서도 이해가 안 갈 것이다. 좋은 대안을 찾기 바라는 것은 울산시민들의 한결같은 정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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