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새로운 임무 받아 다시 불 켜진 ‘동해가스전’
[특집]새로운 임무 받아 다시 불 켜진 ‘동해가스전’
  • 정인준
  • 승인 2023.11.09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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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식 해상풍력 단지·탄소포집저장 공간 활용“울산·석유공사 시너지 내 글로벌 시장 겨냥”

 

수명이 다한 한국석유공사 동해가스전이 주목 받고 있다. 석유공은 동서발전과 노르웨이 에퀴노르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가스전 인근에 200M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단지를 만들고 있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동해가스전을 통해 육지로 송출한다. 육지로 송전되는 전선은 해저에 묻힌 가스배관을 이용한다.

이와 함께 한국석유공사는 가스를 채굴하고 남은 공간에 현대건설, SK와 협력해 CCS(탄소포집저장)사업을 진행한다. SK, 덕양아프로티움, 부산, 하동에 위치한 발전소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압축해 한국석유공사의 해저 공간에 집어 넣는 것이다. CCS사업은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사업이다.

동해가스전은 국내 유일의 가스전으로 2021년말 수명이 다해 폐쇄됐다. 현재 가스생산 시설 철거가 진행 중인데, 앵커시설인 해상플랫폼을 재활용해 미래 신에너지산업의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수명이 다한 동해가스전의 부활이다.

동해가스전은 울산시 동남쪽 58km 해역 대륙붕 고래-5광구에 위치해 있다. 동해가스전의 부활은 현재 울산의 산업구조 대개조 부분과 맞물려 있다.

울산은 지난 60년간 중후장대형 산업으로 성장해 왔지만, 국제 경쟁력 하락과 4차산업혁명 등을 맞아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현재 울산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신에너지 전환과 함께 기후변화에 따른 행동으로 산업 전반에 일대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울산은 미래 60년을 향한 산업구조 변화를 필연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피로도 높은 고에너지 사용 산업에서 신재생과 그린에너지 사용으로의 전환을 말한다. 또 산업생산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도 처리해야 한다.

동해가스전의 부활은 울산의 신산업 구조 전환의 촉매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최대규모의 해상풍력과 CCS사업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용과 탄소중립 전환의 페러다임을 가져올 동해가스전이 울산의 역동성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5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① 수명 다한 동해가스전 부활 찬가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

독도를 가르치는 노랫말이지만 지난 17년간 독도처럼 동해바다 멀리에서 한 자리를 지켜온 한국석유공사 동해가스전도 이와 같다.

동해가스전은 2004년 7월 첫 상업생산에 들어가 20 21년 12월 생산이 종료됐다. 1998년 고래-5광구 대륙붕에서 양질의 가스층이 발견된 후 개발에 착수했고, 첫 상업생산을 시작하면서 세계 98번째 산유국이 됐다.

◇2004년 7월부터 생산 시작… 세계 98번째 산유국 등극

동해가스전은 한 개의 가스전이 아니라 두 개의 가스전을 통합해 부르는 이름이다. 1가스전은 첫 상업생산을 했던 시설로 초기 3개의 생산 시추공에서 1개 시추공을 더 추가해 4개의 시추공으로 구성됐다. 2가스전은 인근 고래-8공구 대륙붕에서 2005년 추가로 가스가 발견돼 보유하고 있다 2016년 7월부터 1개의 시추공으로 상업생산에 들어가 1가스전과 함께 2021년 12월 생산이 함께 종료됐다.

동해가스전은 수심 152m에 높이 200m로 구축된 바다위 거대 건축물이다. 해상플랫폼은 24시간 무인화 원격제어 시스템으로 운영됐다. 부대시설로 가스전에 공급할 전기발전소와 유지관리를 위한 인원 숙소가 만들어졌다. 동해가스전은 해상플랫폼 만이 아니라 채굴된 가스를 육상으로 보내기 위한 바다밑 배관과 육상에서 가스를 받고 내보는 기지까지를 포함한다. 상업생산을 마친 동해가스전은 현재 해상플랫폼 사용후 안정화 작업과 육상기지 철거를 마친 상태다.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 개념도.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 개념도.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1·2가스전서 17년간 울산서 21년동안 사용 가능한 천연가스·초경질유 4천450만배럴 생산

동해가스전은 상업생산 기간동안 천연가스 4천140만배럴 초경질유 400만배럴 등 총 4천540만배럴을 생산했다.

천연가스 생산량은 울산시(연평균 210만배럴 사용 기준)가 약 2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동해가스전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았던 우리나라를 세계 산유국 반열에 올려놓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 이뿐 아니라 한국조선산업이 고부가치 해양플랜트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기반이 됐다.

당시 해상플랜트 경험이 없었던 국내에서 동해가스전 기본(FEED)설계는 삼성중공업이 했다.

해상플랫폼 제조는 현대중공업이 맡아 성공적인 제작을 완료했다. 동해가스전 건설에는 11억달러가 투자돼 국내 조선해양 경기를 부양시켰다. 또 건설, 운영, 철거 등 직간접 유관업체에서 약 3만명의 일자리가 제공됐다.

◇20억달러 투자·24억달러 회수 경제효과도 뛰어나… 해양자원탐사·해양플랜트 경험축적 기여

경제효과도 성공적이었다. 동해가스전 건설에는 대륙붕 탐사까지 포함해 총 20억달러가 투자됐다. 이중 11억달러가 실제 건설에 투자된 금액이다. 천연가스와 초경질유 생산으로 거둬들인 수익은 총 24억달러에 달한다. 회수율은 총투자금액의 117%, 동해가스전에선 213% 실적을 거뒀다.

동해가스전이 걸어온 길은 국부창출의 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유국의 지위로 자원확보에 기여했으며, 해양탐사 경험 축적, 해양플랜트 산업 진출, 관련 전후방산업 활성화 등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렇게 17년이 흘러 2021년말 동해가스전은 바다를 밝혀왔던 ‘등불’을 껐다.

그런 동해가스전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18년 동해가스전 종료를 앞두고 해상플랫폼 재활용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당시 제시된 아이디어가 동해가스전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다. 이와 함께 지난해 산업자원부가 동해가스전이 채굴하고 남은 바다밑 공간에 CCS(탄소포집저장)사업을 추진했다. 이 두 사업은 세계적 화두인 기후변화에 따라 국가가 추진해야할 부분의 큰 영역을 담당하도록 디자인됐다.

◇동해가스전, 부유식해상풍력·탄소포집저장 사업 거점으로

부유식해상풍력사업과 CCS사업은 동해가스전이 가져온 역사적 첫 걸음을 다시 부활한 것이다. 동해가스전에 추진되는 사업은 화석연료 종말에 대비하고, 기후변화의 주범인 탄소를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영역에서 국내 첫 발을 떼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 두 사업은 수조원이 투입되는 국책 프로젝트다. 경제파급 효과면에서 최대 수혜지가 울산이 될 전망이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부유식해상풍력과 CCS사업은 울산이 가지고 있는 중공업 역량과 한국석유공사가 갖고 있는 해양관련 기술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프로젝트”라며 “국가 미래를 준비하는 신에너지와 CCS산업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해, 새롭게 열리고 있는 세계 시장에 우리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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