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몰려드는 외국인’ 화합으로 조화 이뤄야 할 때
[특집]‘몰려드는 외국인’ 화합으로 조화 이뤄야 할 때
  • 서유덕
  • 승인 2023.11.0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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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거주 외국인 작년보다 70% 늘어… 동남아 50% 차지지자체·기업체, 프로그램·문화행사·자율방범대 등 손길
울산 조선업도약센터가 진행한 외국인 노동자 한국 문화 정착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인들과 울산대학교 학생들이 본 교육 전 레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 조선업도약센터가 진행한 외국인 노동자 한국 문화 정착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인들과 울산대학교 학생들이 본 교육 전 레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 동구에서 외국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인력난을 겪던 지역 조선업계와 인구유출로 고심하던 지자체는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외국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이들과 지역 주민 간의 공존이 중요 정책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지자체와 기업 등 지역 구성원들은 외국인 노동자의 적응을 돕는 정책과 프로그램 등을 강화하고 있다. 동구와 지역 기업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증가하는 외국인… 그들이 겪는 차별과 지역 주민의 불안

조선업 호황으로 울산 동구지역에 외국인 근로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주민과 외국인 노동자 사이에 미묘한 불안감이 피어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등록외국인 현황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동구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인구는 총 6천716명. 지난해 같은달 3천813명이었던 외국인 인구가 70% 넘게 급증했다.

1년새 울주군과 북구에 유입된 외국인이 19%, 남구 7%, 중구 5% 증가한 것과 비교했을 때 동구지역 외국인 증가세는 눈에 띄게 가파르다.

이는 조선업계 구인난과 인구소멸에 대한 대응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대거 들여왔기 때문이다.

올해만 2천여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HD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는 사내협력사를 포함해 현재 4천80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이같이 외국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내국인과 외국인 주민 간의 공존과 협력이 중요한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동구 관계자는 “외국인 인구가 늘면서 구민들의 치안에 대한 민원 접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구민들의 불안이 가중되는 이유는 외국인들의 인종 및 성별 비율에 있다.

과거 동구지역에 외국인 수가 가장 많았던 2014년 12월 당시 등록 외국인은 81개국 6천919명. 이를 외교부의 대륙 구분에 따라 9개 권역으로 구분했을 때 유럽 인구가 27%를 차지했으며, 한국인과 생김새가 비슷한 동북아시아 인구가 22%를 차지했다. 동남아시아 인구는 21%로 집계됐으며, 서남아시아 및 태평양 인구가 14%, 북미 인구가 10%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현재 동구에 등록된 외국인 인구를 이와 같은 방식으로 구분했을 때 동남아시아 인구가 50%로 절반을 차지했으며, 이어 서남아시아 및 태평양 인구가 14%, 동북아시아 인구 14%,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인구가 11%로 집계됐다.

동구 관계자는 국적별 인구구성이 크게 달라진 이유를 “2014년에는 선주 감독관을 포함해 관리직에 있는 유럽인이나 미국인이 많이 거주했지만, 현재는 현장에서 일할 동남아나 서남아시아 인구가 많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장에서 일할 외국인 노동자가 유입되면서 남성 외국인 인구가 급증했다. 지난해 대비 동구지역 여성 외국인이 12% 증가한 것에 반해 남성 외국인은 105% 증가했다. 결국 현재 동구지역 외국인 증가는 동남아시아 남성이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인종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주민 응답자 중 68.4%가 인종에 따른 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할 정도로 한국 사회에는 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만연하다.

인종차별을 겪은 동남아 출신 남성들은 삼삼오오 모여 다니게 되고, 모여 다니는 외국인 남성들을 본 지역 주민들은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조선소에서 일하는 베트남 출신 주이 씨와 팟 씨는 “인종차별을 겪는 상황이 생기는데 한국어도 잘못하다 보니 다른 베트남 동료들과 무리를 지어 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울산시 동구 화암자율방범대에 소속된 외국인 방범대원들이 방어동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울산시 동구 화암자율방범대에 소속된 외국인 방범대원들이 방어동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지역 사회 융화를 위한 타 지자체의 외국인 주민 지원 사례

울산외국인센터 이삼성 센터장은 “외국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한국어 교육과 한국 문화 적응을 위해서라도 한국인과 함께 하는 커뮤니티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며 “경기도 안산시가 해당 부분에서 앞서가는 지자체”라고 평가했다.

안산시는 전체 인구 68만5천여명 중 등록 외국인이 5만1천여명으로 전국 기초 지자체 중 외국인 인구가 가장 많다.

안산시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외국인 주민 커뮤니티와 서포터즈 운영으로 내국인 대비 외국인 주민 확진율은 낮추고, 백신접종률은 높였다.

또 2과 6팀으로 구성된 외국인주민지원본부를 2009년(당시 외국인주민센터로 개소)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에 다문화마을 특구를 조성해 외국인과 지역 주민 간 융화에도 힘쓰고 있다.

안산시는 2020년 2월에는 유럽평의회 주관 상호문화도시로 지정된 바 있다. 상호문화도시는 다양한 문화와 국적을 가진 주민들이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통합을 이루고 문화 다양성을 지역 발전 정책에 활용하는 도시로 전 세계에서 162개 도시가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안산시와 서울 구로구가 지정돼 있고, 두 지자체는 상호문화도시 지수 평가에서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안산시는 중복, 혼재돼 있는 외국인 정책 운영의 효율화와 이민정책의 다양화 및 유연화를 목적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이민청 유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대구시의 9개 구군 중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살고있는 달서구는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지원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2년 연속(2021~2022년) 우수 지자체로 꼽혔다.

2021년에는 외국인 재난신고 대응을 위해 ‘24시간 생명지킴이 통역지원팀’을 운영해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결혼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알쓸잡(job) 대학 과정’을 지원해 상을 받았다. ‘알쓸잡(job)’ 과정은 교육에 이어 취업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과정으로 결혼 이주 여성들의 지역 사회 소속감과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사업이다.

울산에도 지난 9월말 기준 결혼이민비자(F-6)를 취득한 외국인 2천844명이 지역에 등록돼 있고, 울산 동구에도 결혼이민 외국인 474명이 등록돼 있다.

한편 울산 동구는­­­­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정착지원단 운영으로 2022년 외국인주민 지원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이 개최한 세계문화축제에 참여한 외국인 근로자들 모습.
HD현대중공업이 개최한 세계문화축제에 참여한 외국인 근로자들 모습.

 

◇동구 구성원들의 융화를 위한 노력

지자체와 기업체 등 울산 동구 구성원들은 외국인과의 공존을 위해 현재 다양한 노력들을 경주하고 있다.

동구청, 울산경찰청, 동부경찰서, 울산출입국사무소, 울산고용노동지청, 한국산업인력공단 울산지사, 울산이주민센터, 동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은 ‘동구 외국인 노동자 지원 협의체’를 구성해 외국인 노동자 이미지 개선 방안과 외국인의 여가 활동 지원책 등을 준비하고 있다.

협의체는 지난 6월 30일 전체 회의를 가졌으며 지난 7월 24일과 지난달 11일 두 차례 실무회의를 가졌다.

울산조선업도약센터도 외국인의 한국 적응을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9월 10일에는 현대미포조선 외국인 노동자 12명을 대상으로 한국문화 정착을 위한 외고산 옹기마을 견학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센터는 지난달 17일과 19일에도 HD현대중공업 노동자 14명을 대상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한국 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교육을 실시했다. 이날 교육은 일방향 강의가 아닌 울산대학교 재학생 13명이 참여해 외국인 노동자와 1대 1로 소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교육을 맡았던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유동우 교수는 “외국에서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교육을 준비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한국인 친구’라고 생각했다”며 “강의 이후에도 한국 학생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역 사회에 잘 녹아들도록 도움을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울산대학교 임수호 학생은 “강의를 진행하면서 외국인에게 무언가를 알려준다는 생각보다는 외국인과 소통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오히려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외국인 친구를 얻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도 외국인 노동자들의 적응을 돕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조선업계 최초로 외국인 지원센터를 운영하며 행정지원, 고충 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조선업 맞춤형 현장 한국어 교육 및 사회통합프로그램 등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국내 적응을 돕고 있다.

또 지난달 29일에는 대왕암 공원에서 세계문화축제를 개최해 1천500여명의 외국인 및 지역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을 보냈다.

현대미포조선도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각국의 문화와 정서를 감안한 공연 및 스포츠 경기 관람, 인근 관광지 탐방 등 각종 문화행사를 통해 외국인들의 한국생활 정착을 돕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주민들의 요구사항인 안정적인 치안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동구청, 동부경찰서, HD현대중공업, 남목3동·남진 자율방범대 등이 협업해 지난 9월 19일 출범한 외국인 합동 자율방범대에는 외국인 69명이 참여해 일주일에 3~5회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 야간 순찰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서부1차·화암 자율방범대에도 현대미포조선 외국인 노동자 28명이 등록돼 매일 야간 순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수년간 외국인 노동자들을 인솔하며 야간순찰을 하고 있는 현태성 화암자율방범대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율방범대 참여는 범죄 예방 효과뿐만 아니라 외국인들과 한국 주민들 간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한국인 주민들은 외국인 노동자의 방범대 활동을 보고 인종에 대한 편견을 해소할 수 있고, 외국인들은 방범대에서 만난 다른 한국인들에게 여러 도움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6년 전부터 현대미포조선 협력사에서 일하며 자율방범대 활동도 하고 있다는 중국인 정영필 씨는 “자기들끼리만 몰려다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적응이 늦다”며 “자율방범대를 포함해 지역사회에서 여러 활동을 하도록 외국인들을 끌어들여야 이들의 적응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동구는 외국인 범죄 우려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불안 해소를 위해 CCTV 추가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동구지역에는 1천572대의 CCTV가 설치돼있는데 동구는 올해 슬도 등 9개소에 24대를 더 설치할 계획이다.

한국이민학회장을 지낸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윤인진 교수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울산 동구의 경우 외국인 인구가 증가 추세에 있고 지역 외국인 지원 정책 역량을 높이기 위해 ‘상호문화도시’ 지정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인 노동자는 단기 체류자가 아닌 정주민이자 사회의 실질적인 구성원이기에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외국인 지원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자체장과 지자체 공무원들의 바람직한 공존 의지와 문화 다양성을 인정하는 태도가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외국인 정책 수립과 집행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유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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