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미래
울산의 미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1.0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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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꿔진 태화강국가정원과 태화루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태화강이 더없이 아름답다.

어릴 적 여름방학 때마다 ‘태화강 수영금지’라는 항목은 방학중 생활수칙 맨 윗자리를 차지했다. 1970년대 태화강은 잦은 준설로 수심이 고르지 않아 익사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강물이 심각하게 오염됐기 때문이었다. 강은 날이 갈수록 시커멓게 변했고 거품을 일으키며 허덕였다. 강에서는 악취가 풍겼다. 어느 날 강에서 등이 굽은 꼬시래기가 잡히자 사람들은 경악했다.

1968년 개교한 울산의 한 초등학교 교가에는 “강산도 아름다운 우리 고장은 공장 연기 치솟는 공업의 도시”라는 가사가 있다. 이 교가는 지금도 불리고 있다.

‘치솟는 공장 연기’가 자랑거리였던 시절이었다. 농촌 마을의 굴뚝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은 풍요를 상징했다. 그러나 보릿고개가 되면 연기가 보이지 않는 굴뚝이 많아 걱정거리가 됐다. 그런 시절이었으니 공장 굴뚝에서 치솟는 연기조차 뿌듯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울산은 심각한 환경오염의 홍역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울산은 전국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게 가꿔져 있다.

태화강이 거짓말처럼 되살아났고 둔치는 훌륭한 정원으로 가꿔져 있으니 더욱 아름답고 자랑스럽게 보이는 것이다. 울산시가 태화강을 살려내고 가꾼 것은 공업도시 개발 과정에서 빚어졌던 시행착오들을 잘 극복하고 치유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울산은 지난해 울산공업센터 지정 60주년을 맞았고 올해는 울산항 개항 60주년을 맞았다.

1967년 세워진 공업탑은 다섯 개의 기둥으로 이뤄졌다. 공업센터 지정 당시 울산시는 인구 50만의 공업도시로 설계됐다. 그 다섯 개의 기둥이 50만 인구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울산은 지금 그 곱절을 훌쩍 뛰어넘는 대도시로 성장했다. 공업단지 입주 기업체들도 최고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일류 기업이 됐다.

1962년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에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루르의 기적을 초월하고 신라의 영성을 재현하려는 이 민족적 욕구를 이곳 울산에서 재현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은 무모한 것 같기도 했던 이때의 목표를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 이제는 오히려 외국 경쟁 기업들의 추격을 뿌리쳐야 하는 것이 과제로 등장했다.

울산공업센터 지정 이래 울산은 세계 최고의 공업도시 건설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목표가 선명하게 설정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울산은 공업도시에만 만족할 수는 없다. 새로운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물론 첨단 제조업 기반의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목표가 필요하다.

젊은이들이 학업과 일자리를 찾아 울산을 떠나고 있는 현상이 뚜렷하다. 아버지 세대가 일자리를 찾아 울산을 찾아 왔던 것과 너무도 대조적이다. 반면 제조업 현장에서 부족한 인력은 외국인으로 채우고 있다. 구인과 구직 시장이 엇박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산업구조가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것이다.

‘신라의 영성’을 뛰어넘는 울산을 건설하려면 이제 울산의 미래를 정밀하고 선명하게 다시 설계해야 할 때이다.

60년 전 울산의 설계도는 중앙정부가 만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청사진을 작성하는 일은 울산 시민의 몫이다.

강귀일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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