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조 높은 개’의 詩정신, 잃지 않겠습니다
‘지조 높은 개’의 詩정신, 잃지 않겠습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1.0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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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2일로 본보 창간기념 호수에 숫자 1이 더해집니다. 울산제일일보가 창간 16돌을 맞기 때문입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촉법소년(觸法少年=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의 나이를 두 해나 더 넘기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울산제일일보가 법적 책임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까지 그만큼 더 무겁게 지게 됨을 의미합니다.

창간기념일이 다가오면 일반 신문사에서는, 사시(社是)와 시대정신(時代精神)을 아우르는 사자성어를 고르는 일로 한동안 고심의 시간을 보냅니다. 언론인들이 고심 끝에 고른 말 중에는 ‘정론직필(正論直筆)’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正論直筆(정론직필)’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올바르게 전한다’는 의미를 지닌 말입니다. 그러나 가슴에 손을 얹고 음미해보면, 이 표현은 언론인들 스스로 옷깃을 여미지 않을 수 없는, 지체 높은 스님의 ‘죽비’와도 같은 마음의 소리입니다.

한참을 더 뒤지다 보면 이 밖에도 적지 않은 사자성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중에는 눈에 익은 표현도 있고, 귀에 선 표현도 있습니다. ‘우보만리(牛步萬里)’(=천천히 걸어서 만리를 간다), 행불유경(行不由徑=샛길이나 지름길을 택하지 않고 떳떳하게 큰길로 간다), ‘송무백열(松茂柏悅)’(=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뜻으로, 벗이 잘되는 것을 기뻐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그런 말들입니다.

그런데 이번 창간 16돌을 앞두고 새로운 표현을 한 가지 더 알게 되었습니다. 기념 휘호를 부탁받은 서예가 서호(西湖) 이권일(李權一) 선생이 귀띔해 준 것은 다름 아닌 ‘위사비정(僞辭批正)’이란 사자성어였습니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신중하게 고른, 탁월한 선택이란 느낌이 듭니다. ‘거짓된 말을 꾸짖어 바로잡는다’는 뜻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긴 그렇습니다. 정보와 가짜 뉴스가 홍수를 이룬 적이,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사이비 언론인들이 사회를 이 난장판으로 휘저어 놓은 적이, 예전엔 일찍이 없었다고 봅니다. 그런 진흙탕 속에서 ‘僞辭批正(위사비정)’이란 말은 폭풍우 속에서 바른길을 안내해주는 광명(光明)의 등대, 정화(淨化)의 등대나 다름없을 것입니다.

내친김에 우리의 민족시인 윤동주(尹東柱, 1917∼1945))가 지은 ‘또 다른 고향’이란 시의 한 구절을 인용해보겠습니다. ‘지조 높은 개는 /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라는 구절입니다. 그 근본 뜻은 ‘정론직필(正論直筆)’이나 ‘위사비정(僞辭批正)’의 정신에도 한 치 어긋남이 없을 것입니다.

‘지조 높은 개’, ‘어둠을 밝히는 별빛’…, 이는 바른 언론이라면 반드시 지향해야 할 과녁이라고 생각합니다. 창간 16돌을 맞이하는 울산제일일보 임직원들은, 바로 그런 선한 과녁을 향하여, 뚜벅뚜벅 그리고 힘차게 걸어갈 것을 애독자와 시민 여러분에게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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