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빈대 소동’… 강 건너 불 아니다
때아닌‘빈대 소동’… 강 건너 불 아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1.07 22: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웃지 못할 일이 전국에서 꼬리를 물고 있다. 이른바 ‘빈대 소동’ 때문이다. 7일에는 인천시가 ‘빈대 종합대책본부’라는 이름의 한시적 기구까지 차렸다.

대책본부에는 인천시와 시교육청, 인천보건환경연구원, 일선 보건소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힘을 합쳐 ‘합동 대응’에 나겠다는 뜻이다. 40년 전에 사라진 줄 알았던 빈대가 인간에게 겁을 주고 지자체 예산까지 넘보고 있는 형국이다.

영어로 ‘bed bugs’라고 불리는 빈대는, ‘bed’란 글자로도 짐작이 가듯, 온돌방보다 스팀난방식 침대 매트리스를 더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 최근 빈대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나라는 파리올림픽(2024년 7.26~8.11) 개최가 코앞인 프랑스다. 특히 개최지 파리에서는 ‘빈대와의 전쟁’이 벌어진 지 석 달이 넘었다.

“빈대에 너무 시달리다가 살던 집까지 팔아버린 프랑스인 친구도 있어요.” 프랑스 파리에서 23년째 살면서 여행가이드를 하는 이모 씨(53)가 지난 1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했다는 말이다. 이 씨는 혹시나 해서 빈대 퇴치용 약품으로 차량 내부를 주기적으로 소독하고 있다고 전했다.

‘빈대와의 전쟁’은 프랑스와 도버 해협을 사이에 둔 영국에서도 현재진행형이라고 한다. 영국 런던교통공사는 ‘프랑스발 빈대’의 유입을 막기 위해 유로스타와 같은 대중교통의 방역 작업을 매일 하고 있지만 빈대 차단에는 번번이 실패한다고 들린다. 오죽하면 아비바, 악사와 같은 대형 보험사들이 주택보험 보장 항목에 ‘빈대 피해’는 넣지 않겠다고 밝혔겠는가.

인천시에서는 지난달 13일 서구의 한 찜질방에서 빈대가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 추가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빈대 종합대책본부를 띄웠다. 빈대 확산세가 전국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인천시는 빈대가 나타나기 쉬운 숙박시설과 목욕탕 등 757곳에 대한 합동점검을 다음 달 8일까지 마치기로 했다. 또, 인천의 민간방역업체 170여 곳을 대상으로 방제 특별교육을 하고 시민들에게는 대응 요령을 알려줄 계획이다. 그 속에는 △빈대가 주로 밤에 따뜻한 곳을 찾아다니며 피를 빨아먹고, 물리면 심한 가려움증이 뒤따른다는 사실과 △해외여행 뒤에는 여행용품을 소독하고 보관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도 포함된다.

따지고 보면 ‘빈대 소동’은 남의 일,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시와 시민의 명예가 실추되는 일이 없도록 울산시도 ‘빈대 차단’에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