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
소중한 사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1.0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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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새언니가 무거운 병을 얻어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언제나 타인을 배려하는 넓은 마음을 지녔고, 착하고 온순하며, 자기 말을 많이 하기보다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단 하루도 헛되이 보내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모든 일에 열정을 다해 살아가던 사람이 저렇게 환자의 몸이 되니 마음이 더 아프다.

새언니는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탓에 중학교 졸업 후 마산 자유수출지역 내 공장에서 일을 해야 했다. 그 후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쥐었기에 안타깝게도, 꿈 많던 여고 시절이 당신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또 스스로 학비를 마련해서 야간대학에 다니며 졸업할 만큼 끈기 있는 사람이었다.

새언니는 집안의 맏며느리 역할을 언제나 말없이 묵묵히 해내며 따스한 분위기를 만들어왔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동네에서 두 번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화목한 집안을 유지할 수 있었다. 명절날 작은올케가 친정 가족들과 여행을 가게 되어 혼자서 제사음식을 장만할 때도, 당신의 동서가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 샘이 깊은 사람이었다.

연년생 아들 두 명을 낳아 키웠지만 큰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육아하던 새언니의 모습은, 기분이 좋을 때는 아이들이 잘못한 일이 있어도 그냥 지나치면서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는 사소한 일에도 감정적으로 대했던 나를 많이 돌아보게 했다. 언젠가 내가 “언니야, 혹시 오빠가 언니 힘들게 하는 것 없어? 그런 일 있으면 바로 말해줘. 엄마한테 일러바치게.”라는 말에도 새언니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그런 일 없어.”라고 말했었다.

사람이 살다 보면 분명 자신을 힘들게 하는 그 어떤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마련인데, 어쩌면 새언니는 그 모든 것을 다 수용하고 이해하려고 애면글면 살아온 것 같아서 마음이 아려온다.

평소 말수가 적고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새언니는 나의 친정어머니에게 가끔 편지를 써서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어머님, 나중에 연세 많이 드시면 그때 더 잘할게요.”라는 대목은 글을 읽는 사람의 눈가를 촉촉하게 했다.

새언니는 결혼해서 여태껏 30여 년 동안 나의 친정어머니에게 좋은 화장품을 사 드리고 있다. 그건 아마도 평소 자신에게 깊은 사랑을 베풀어 주시는 시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팔순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피부가 촉촉하고 젊어 보인다는 말을 가끔 들을 때마다 맏며느리가 좋은 화장품을 사준 덕분이라고 은근히 자랑할 때도 있다고 하셨다.

새언니가 아프니까 나 또한 마음이 편치 않은 탓인지 음식을 먹어도 맛있다는 걸 느끼기 어렵고, 소화도 잘 안 되는 것 같고, 잠을 청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염려하며 시간을 보내는 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 새언니를 위해 기도해 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란 마음에 절에 가서도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달을 바라봐도 오직 당신을 위해 기도한다.

새언니가 마음 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작은올케가 큰돈을 보내 주었다고 한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해도 손윗동서에게 그만큼의 마음을 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더욱 감사하다. 큰마음을 내준 남편에게도 감사의 마음 전한다.

새언니의 긍정적인 의지와 가족들의 깊은 관심과 사랑으로 새언니가 무거운 병을 꼭 이겨내리라고 굳게 믿는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당신이 우리 가족에 있어서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다시 한번 더 느끼게 되었다.

“천사 같은 새언니, 힘내. 언니 곁에는 언제나 우리가 있다는 걸 꼭 기억하길.”

천애란 사단법인 색동회 울산지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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